중금속 오염의 한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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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발도상국에서 공해 문제를 거론할 경우 대개는 두가지 극단적인 입장의 대립으로 나누어져 결국은 순환 논리에 빠져버리는 결과로 끝나고 만다.
우리의 경우도 물론 그 예외는 아니다. 정보 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선진공업국들의 개발경험을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접하게되는 현대에서 특정 유형의 개발 모형이 지불한 사회적 비용, 특히 그 가운데서도 환경의 소비가 얼마나 많았는지에 대해서는 흔히 약간의 과장이 포함된 채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환경의 재생산이 워낙 장기간을 소요하거나 어떤 경우는 전혀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통찰력을 가진 일단의 과학자들이 이를 과잉 강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 해도 환경 문제에 관한 한 우리의 현 단계는 이제 「이상과 현실」이라는 차원의 지리한 논쟁만 거듭 할 때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공업화가 진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로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일연의 꾸준한 노력의 덕분으로 환경 파괴에 대한 인식도 비할 수 없이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환경주의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경보를 발할 수 있게끔 사회적 또는 제도적인 지원을 더 눌려주는 한편, 환경 투자를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나마 단계적으로 늘리도록 행정적으로 지도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지도는 비용 부담의 문제를 크게 야기 시키지 않는 부문, 또는 행정의 무성의로 빚어진 공해 부문 등에서부터 대처하는 것이 손 쉬울 것이다.
항상 문제가 되어온 한강의 오염 문제도 이처럼 단계적인 접근이 진작부터 이루어졌더라면 지금과 같은 환원 비용의 격증은 없었을 것이다.
공해도 조사가 아무리 사전 경고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최근 국립보건원의 한강하류 수질 조사는 우리에게 매우 충격적이다. 여러 가지 공해 가운데서도 인체 피해 정도가 가장 높은 중금속의 오염이 이미 기준치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중금속의 위험도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거니와 서울 시민의 상수도원에서 이처럼 기준을 넘는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공해 환경을 집약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동 연구원으로부터 『상수도원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한강 물을 그냥 계속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른바 「공해 현실주의자」들의 주장이라면 이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동 연구원이 지적한 중 오염 지구의 공장들은 하루빨리 멀리 이전시켜야 하며 이는 공해에 대해 지금까지 별로 한 일이 없는 행정이 맡아서 반드시 또한 시급히 해야할 일이다.
그것이 중소기업 이어서 이전 비용이 여의치 못하면 시 재정에서라도 보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류의 비용은 오늘날의 시 재정 규모에 비추면 그다지 큰 부담이라고도 할 수 없다.
한강의 오염이 어찌 중금속뿐이겠는가. 차제에 맑은 한강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장기 계획도 세워 단계적으로라도 이에 접근하려는 성의를 가져야한다.
서울만의 문제도 아니다. 생활 환경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공해 요소는 이제 전국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나 기업이 서로 재원 염출의 난점만을 논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분담해서 우선 가능한 것부터 부분적으로라도 착수하는 일이다.
개발 계획의 담당자들도, 성장과 공해가 반드시 이율 배반적이지 않는 개발 모형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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