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찮은 일의 적군파 수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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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경찰이 천신만고 끝에 구속 기소했거나 이미 형이 집행 중인 적군파「테러」범 5명을 동료 적군파의 인질 작전에 말려 고스란히 내놓아야 했던 일본의 조치는 지금 분노와 무력감에 사로 잡혀있다.
석방범이 웃음까지 띄며 보라는 듯이 가슴을 펴고 JAL특별기의 「트랩」을 오르자 경비 중인 경찰은 『분하다』면서 눈물마저 글썽거렸다.
살인범까지를 모함한 5명의 적군파 학생 석방 조치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인질 구출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이지만 동시에 『무엇인가 대책을 마련해야지 이대로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분노에 찬 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문세광의 처형을 충격적으로 받아 들었던 일본인들의 입에서는 『왜 빨리 처형해 버리지 않았느냐』 『재판을 너무 끈다』는 비판의 소리까지 나왔다.
또한 인질 구출도 중요하지만 경찰관을 살해하고 백주에「빌딩」을 폭파시켜 수십 명의 목숨을 뺏어 간 살인범들이 석방돼 다시 살생 행위를 일으키면 어쩔 셈이냐는 추궁도 있다.
지식인들은 적군파「테러」범들의 『인질 놀이』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으나 막상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에서는 이들 『과장 세대』를 용납하는 일본 사회의 정신 풍토와 일부 「매스컴」의 보도 자세를 지적, 비판할 뿐 묘안이 없는 채 무력감에 사로 잡혀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반응 때문인지 당국자의 「코멘트」도 침통하다.
수상 대리인「후꾸다」부총리가 『단장의 염』을, 관방 장관은 『인명 보호 때문』이라고는 하나 범인들의 불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법치국가로서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내 뱉었다.
그런데 문제는 석방이 가져온 부작용-.
법무성 당국은 『석방 결정이 실증법으로는 부적당하나 이례 중의 이례적인 긴급 피난적 조치로서 행해진 만큼 적법한 행위로 위법성이 제거된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석방범 중의 한사람을 피고로 한 8일의 재판에서 변호인은 『우리가 변호를 맡은 피고는 어디로 갔느냐』고 따졌고 석방되기를 스스로 거부한「사까구찌」는 『석방 근거가 무엇이냐』고 고함을 지르는 소동이 벌어져 재판장이 검사에게 성명을 명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담당 재판장도 모르는 사이에 피고가 석방된 사태를 재판부가 단순히『행정권에 의한 초법규적 조치』로서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원 측 입장이고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일본의 법체계의 위기』라고까지 보고 있다.
동시에 일본 경찰은 석방범들과 합류, 전력을 배가한 적군파들이 자신을 갖고 앞으로 새로운 작전을 할 가능성에 벌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경=박동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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