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열매에 띄운 소식 21년만에 일 전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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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태평양전쟁 말기에 한 일본군인이 남양에서 띄워 보낸 야자열매가 31년만에 우연히도 전우가 살고있는 지방의 일본 해안에 흘러 들어와 화제. 이름도 모르고 먼 남쪽 섬에서 조류 에 밀려 일본에 도착한 이 야자열매는 지난 19일 일본 중부지방「시마네껭」(도근현) 바닷가에서 한 어부에 의해 발견됐다. 높이21cm, 직경16·5cm 크기의 이 야자열매는 거죽에 먹 글씨로『소학19년(1944년)7월10일, 소원(지명) 육군오장 이이즈까(반총정시) 군』이라고 씌어있다.
「소원」이란 바로「시마네껭」에 있는「이즈모」(출운)시의 한 마을이고 이곳에서 농업을 하고있는「이이즈까」씨는 확실히 육군오장 출신. 놀랍게도 야자열매는 받는 이가 사는 지방의 해안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야자열매를 보낸 사람의 이름은 지워져서 판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31년만에 무명의 전우로부터 야자 열매를 받은「이이즈까」씨는 올해 62세로 태평양 전쟁동안 줄곧 위생병으로 근무했다. 「이이즈까」씨는「마닐라」「솔로몬」제도「자바」도 「수마트라」등지에서 부상병 후송에 종사하다가 1944년6월에 귀국했다가 종전을 맞았다. 「이이즈까」씨는『격전지의 전우나 내 간호를 받았던 부상병이 나의 무사함을 빌기 위해 띄워 보낸 야자열매가 아닌가』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보낸 사람의 마음씨를 더듬어 본다.
그러나 야자열매가 과연 어떻게 31년간 조류를 탈수 있었으며 해양표류에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일본해상보안청의 한 간부는 처음에 흘러 들어간 곳이 조류가 약한 만 내였고 그곳에서 몇 년간 나오지 않다가 태풍에 밀려 일본까지 왔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확실한 근거를 대지는 못한다. <동경=박동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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