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평화에서 깨어나자"|주목 끈 일『문예춘추』의 핵무장제창 논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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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합동】일본의 월간잡지 「문예춘추」는 최근 발매되기 시작한 7월 호에서 일본의 핵무장을 전제로 한 안보논의와 국민적「컨센서스」를 제창한 논설을 게재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낙원은 끝났다-일본은 어찌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18「페이지」에 걸친 장문의 이 논설은 「생존을 위한 연구회」라고 이름 붙여진 기관에서 작성했다. 그 줄거리는 『월남사태 이후 세계조류는 변하여 일본의 안전도 무관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과연 앞으로 극동을 지킬 것인가, 미국의 핵우산을 의지하여 경제대국이 된 일본도 결단의 시기가 왔으며 허황한 평화논의는 무력하므로 국가안보를 위한 냉철한 국민「컨센서스」가 요구되는 시대』라는 것으로 앞으로 일본에서 큰 논전의 대상으로 번져나갈 것 같다.
이 논설은 전후 30년간 미국의 핵우산에 안주한 일본은 안보논의를 「터부」시하고 피폭의 경험으로 핵「알레르기」에 걸려 핵「터부」에 의해 현상에 눈감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병폐에서 탈피하여 평화와 생존권을 위해 전쟁 억지력으로서의 핵무장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것을 제창했다.
특히 이 논설은 일본의 핵무장을 군국주의라고 간주하는 경향은 일본좌익이 일본군대가 즉 군국주의라고 하는 주장을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좌익이 주장하는 비무장중립국가론은 이미 파산했으며 이것은 사회당이 국내정치목적을 위해 내세운 것으로서 일본방위의 암적 존재라고 비난했다.
이 논설은 또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아래 안보가 유지될 것을 바라면서 「비핵3원칙」을 고집하는 것은 일견 배반임을 지적하고 일본이 핵 확산방지조약을 비준하여 가입하게 된다면 일본은 정세가 급변하는 앞으로 20년간 안보의 수단을 스스로 속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은 이미 대국이 되었으므로 소국시대의 동거리 외교를 국시로 한 것은 이미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핵으로 무장한다 해도 재래식 장비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며 「히로시마」(광도)의 피폭비극도 당시 일본이 핵을 갖고 있었다면 방지되었을 것이라고 이 논설은 말했다.
이 논설의 주요골자는 다음과 같다.
▲전후 30년간 일본은 미국에 의해 지켜져 왔으나 앞으로 30년간도 지금까지처럼 지켜줄 것인가에는 의문이 있다. 국가장래의 안전마저 타국의 손에 맡겨둘 수 없으므로 스스로 자국의 독립과 평화를 지킬 준비를 갖추어두어야 한다.
▲현재 일본자위대는 26만7천명의 병력과 9백대의 항공기, 7백대의 전차, 16만8천t의 함정을 갖고 있으나 이것도 소련의 침략을 받을 때 미국이 구원해주지 않으면 불과 수일 밖에 지탱하지 못한다.
▲「존슨」대통령 시대에 이르기까지는 미국이 일본이 공격을 당할 경우 지켜주었을 것이지만 월남사태이후인 지금은 미국이 「아시아」맹방을 해군·공군으로써는 지원할지 모르나 지상병력으로써는 개입하지 않게끔 변했다.
▲일본은 미국의 「안보 우선」에 안주해 왔기 때문에 전후 안보논의는 「터부」시 되고 논의의 필요조차 부인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힘으로 기인하는 평화유지가 불가능하게 될 때 「포스트」미국시대에 대비하여 일본은 「터부」를 버리고 하루라도 빨리 솔직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자위의 필요상 핵무장을 한다면 아마 일본 전토에서 항의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자기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저주할 자도 있을지 모른다. 일본에 있어 인기 높은 나라인 중공의 핵무장에는 동조하면서 자신의 핵무장에는 용서를 못한다는 것인가.
▲핵 폭탄은 생각보다 값이 싸다. 74년 인도의 지하핵실험비용은 60만「달러」인데 75년 일본의 방위예산은 1조3천억「엥」임을 비교할 때 핵무장이 더 경제적이다.
▲핵무장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핵무장은 여러 개의 선택대상중의 하나라는 점을 여론에 환기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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