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석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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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은 요즘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있는 모양이다. 외신은 빈번히 그런 징후들을 보도하고있다.
그 하나가 대외결제의 부진. 북한은 수입대전 및 지연이자의 대외지불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요즘은 여기에 석유 난까지도 겹치고 있는 것 같다. 한 외신에 따르면 공장들은 그로 인해 50%가 조업을 단축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석유는 이제까지 주로 소련에서 공급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엔 그 유류공급이 55%로 감소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40만t에 지나지 않는 소량이다.
한가지 의외의 일은 북한의 석유소비량이 소련공급 분인 73만t을 포함하여 통틀어 1백50만t규모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비록 석탄 「에너지」가 풍부하다고는 하지만, 석유화학공업의 수준과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이 통계는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섬유나 「비닐」·「플라스틱」등 현대의 생활필수품에선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의 경우 74년도의 석유(원유)공급은 군수용을 제외하고서도 1천5백46만t에 달했다. 우선 앞서의 73만t이 월간집계일 경우 우리의 석유공급은 그보다 2배의 규모에 상당한다. 그 73만t이 만일 연간집계일 경우 우리는 무려 20배의 수준 위에 있는 셈이다.
북한은 그 어느 쪽이든 우리와는 현저한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실망하고 초조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북한은 지난 71년 6개년 계획에 착수하면서 『새로운 대규모의 석유화학공업지대를 건설하는데 힘을 기울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이보다 앞서 65년 소련의 「코시긴」수상은 평양을 방문하고 원유정제공장의 건설을 약속한 일이 있다. 그해 9월 「모스크바」에서는 북한과 소련의 「경제기술협력」협정체결이 있었다. 이때 소련은 석유화학 공업기지의 창설에 적극적인 찬성을 보여주며 소련과 「루마니아」로부터의 원유공급도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 한달 후인 10월 북괴대표는 중공도 방문하고 석유화학담당자들과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의정서에 서명했다.
한 때는 북괴와 중공이 관계단절의 촌전에까지 이를 만큼 악화되었던 상황에서 이들이 다시 화해하게된 이면엔 석유공급의 절박한 현실이 숨어있었던 것 같다.
최근 김일성이 중공으로, 혹은 「루마니아」로 동분서주하는 것에는 석유문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성 싶다. 필경 석유공급이 순조롭지 못한 것은 중·소의 미묘한 관계, 「루마니아」의 중립성, 북괴에의 불신감 등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북한의 실정은 언제나 통계의 역산술, 대외의 방문강화 등으로나 추측할 수밖에 없다. 최근의 외신들은 북한의 경제실태를 추리하기에 좋은 자료들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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