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580~600 매물벽 돌파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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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향한 연합군의 공세가 매우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시장은 미.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단기전을 예상한 듯하다. 미국의 3대 지수인 다우, 나스닥, S&P500 지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개전을 선언하기 5일 전부터 오르기 시작, 21일(현지시간)까지 연속 8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한주간 7.1% 올라 575.77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주초에 34.64로 크게 떨어졌다가 4일간 급등세를 보이며 단숨에 지수 40선을 넘어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른바 '전쟁 랠리'로 불리는 이 같은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주초에 매물이 쌓여 있는 지수 58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 다음엔 60일 이동평균선이 걸려 있는 지수 600선이 또 다른 벽으로 버티고 서 있다.

전쟁 랠리의 가장 큰 배경은 유가하락과 그에 따른 전후 세계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국내 증시 역시 세계 경제의 회복에 따른 수출증가 등을 기대하고 있다.

과연 국내외 경기가 시장이 바라는 대로 움직여줄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 경제는 북핵문제,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카드회사의 부실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북핵 문제는 이라크전쟁이 종료된 이후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나라 중 남는 것은 이란과 북한뿐이다. 아직은 대화를 통한 극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문제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개되지 않은 해외법인의 부실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지난주 현대종합상사가 완전 자본잠식됐다고 밝혔는데, 종합상사 전체가 부실화 가능성을 안고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이후 금융기관에서 환매가 진정되고 거래가 중단됐던 카드채나 회사채 매매가 부분적으로 살아나고 있지만 불안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증시 관계자들은 "전쟁 분위기 속에서 주가의 추가 상승 여지가 있지만 조만간 다시 경제의 펀더멘털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며 제한적 상승을 점치고 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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