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규모 스포츠 대회 두각 나타낸 지방 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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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5년도 각종「스포츠」는 개막부터 지방「팀」들이 전국대회에서 패권을 차지하는 이변이 속출, 「스포츠」평준화에 밝은 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금년 들어 전국대회를 개막한 것은 춘계 전국 종별「럭비」연맹전과 장장 20일간을 가졌던 춘계 전국 남녀 중·고 농구연맹전, 그리고 제5회 건대 총장배 쟁탈 전국 고교축구대회 등이었다.
이러한 전국대회에서「럭비」는 광주 무진 중과 이리공고가, 농구에서는 부산 혜화여중·대구 계성고, 그리고 6일 끝난 건대 총장배쟁탈 전국 고교 축구대회에서는 안양공고가 각각 패권을 차지, 75년도 각종경기는 종전에 없이 지방「팀」들의 활기찬 두각으로「오픈」됐다.
그 동안 각종「스포츠」는 서울에 강자들이 편재해있어 지방「팀」들의 패권탈환이라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축구나 야구에서는 지방「팀」이들이 다소 빛을 발휘하기도 했으나 이리공고의「럭비」우승과 대구 계성고의 농구 남고부 우승은 가장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산 혜화여중·광주 무진중·이리공고·대구 계성고 등이「팀」창설 후 첫 패권의 영광을 차지하기까지는 실로 형극의 길을 걸어왔다.
「팀」창설 4년째인 이리공고는 매일 새벽과 방과후에 4시간씩 훈련을 거듭, 이 집념의 훈련성과로 이번 대회에서 7전 7승을 갖고 영광을 차지한 것이다.
「럭비」는 그 동안 양정고의 독무대를 이뤄왔으며 이 이전에 한성고·배재고·동도공고 등 서울「팀」들의 아성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리공고는 지방「팀」의 험난한 애로를 극복하고 공부하는「팀」으로 성장, 2일 결승에서 양정고를 6-3으로 깨고 숙원의 첫 영광을 안은 것이다.
이보다 더욱 감격적이며 값진 것은 농구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계성고가 패권을 차지한 것.
이것은 계성고가 1945년「팀」부활 후 첫 패권을 차지한 영광이라기보다 한국 남자고교농구의 판도변화라는 견지에서 큰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대구는 사실상 이상「붐」을 일으키고있는 야구에만 경북고·대구상고 등이 가열해 왔을 뿐 농구는 외면해 왔다.
그러나 명문 계성고만이 농구의 중요성을 인식, 갖가지 애로를 극복하고 꾸준히 전열을 정비해왔다.
계성고는 74년 12월 학교체육관이 준공되기 전만 해도 서울 전지훈련·영남대 체육관 등으로 전전하며 구걸훈련을 하면서도 의기를 꺾이지 않았고 지방「팀」으로 막대한 원정비의 출혈 등 많은 역경 속에서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우수선수를 서울에 뺏기면서도 벽지에 묻힌 신인선수들을「픽·업」, 오늘의 인재로 성장시킨 임판석「코치」의 고통이 값진 영광을 낳은 것이다.
남자 고교농구는 지방「팀」으로는 한 때 인천 송도고가 두각을 보였을 뿐 서울의 명문인 경복 신일 휘문 양정 배재 용산고들의 치열한 공방으로 지방「팀」은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각「팀」의 견제와 심판의「핸디캡」등 지방「팀」은 갖은 텃세에 눌려 숨통을 뚫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런 때에 계성고의 우승은 지방「팀」으로서의 애로극복과 서울「팀」들의 텃세 등 숱한 고통을 이긴 역경이어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지방「팀」도 실력양성만 하면「톱」대열에 오를 수 있다는 산 교훈을 남겼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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