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세기의 거목-장 총통 이후의 자유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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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개석 총통의 서거로 대만의 자유중국정부가 지난 26년 동안 이념적인 존재 이유로 삼아온 본토수복이라는 신화가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이 신화는 장 총통의 후계자들에 의해 계속 거론되기는 하겠지만 그 심리적 원동력이 되어온 주역이 퇴장한 이상 대만의 장래는 이 지극히 주관적인 관념보다는 객관적 상황에 따라 다듬어질 가능성이 크게 된 것이다. 그런 뜻에서 장 총통의 서거는 한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획하는 분수령과 같은 사건이 틀림없다.
자유중국의 장래를 조건짓는 객관적 상황은 72년2월 「닉슨」미 전대통령의 중공방문 결과로 나온 상해공동성명으로 매듭지어져 있다.
이 성명에서 중공측이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이며 대만은 조국에 오래 전부터 반환되어온 중국의 1개성이다.
대만의 해방은 어떤 다른 나라도 개입할 권리가 없는 중국의 내정문제이다』라고 주장했으며 미국측은 이에 대해 『이같은 입장에 이의를 제기치는 않는다』고 동의하고 있다. 미국 측은 다만 이와같은 중공의 입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대한 미국의 이해관계를 재확인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 부분은 중공이 무력의 방법만 쓰지 않는다면 대만의 중공 편입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정책을 분명히 밝히고있다.
이와같은 정책은 「아시아」에 대해 미국은 국지문제 하나 하나에 개입하느니보다 중·소 분쟁의 역학을 지렛대로 하여 중공을 「아시아」지역 안정의 공동 보장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구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와같은 정책 추세는 장개석이라는 거목이 존재하는 한 미·중공간의 국교정상화와 같은 적극적 관계개선으로까지 발전하는 것을 막아왔다. 그러나 일단 그 거목이 사라졌을 때 미·중공관계는 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게 관측통들의 일반적 견해이며 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 의회중진들이 이미 그와 같은 전망을 내리고있다.
자유중국 자체에서는 장 총통의 법통이 후계자들에 의해 전승되는 한 이에 반발하겠지만 대세를 거역할 의지는 장 총통의 죽음과 함께 크게 약화되었다.
자유중국 안에서는 장 총통의 죽음으로 원주민들에 의한 독립투쟁이 보다 격화될 가능성이 보이는 이외에 권력투쟁과 같은 불안이 야기될 조짐은 없다. 그 주된 이유는 장 총통이 2년전부터 장경국 행정원장을 후계자로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장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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