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신왕 「할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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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복형인 「파이잘」 왕의 피살로 갑작스레 새 국왕이 된 「할리드·이븐·압둘·아지즈」공 (61)은 과묵한 성격의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할리드」왕은 10년 전부터 황태자에 책봉되어 지금까지 제1부수상을 맡아왔으나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파이잘」전 왕 집권 하에서 거의 국정에 참여하지 않고 조용한 생활을 해왔다.
「할리드」왕은 여행이나 과로를 금할 정도의 심장병을 지니고 있어 최근 미국에서 심장 수술을 받았었다.
따라서 그가 국왕이 될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았었고 오히려 그의 동생이며 부수상 겸 내무상으로 「파이잘」 전왕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파드」공이 유력한 왕위 계승자로 널리 알려졌었다.
그러나 「할리드」왕은 재빠르고 건전한 판단의 소유자로 이름이 나 있으며 국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사우디」 부족들의 지지를 얻고 있어 국가 안정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로 황태자가 된 「파드」는 외교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주요 국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로 신왕과는 달리 활달하고 정력적이다. 「파드」공은 그의 다른 두 형제와 지난해 「몬테카를로」 도박장에서 하룻밤에 6백만 「달러」 (24억원)를 잃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아 「할리드」왕은 「파드」공에게 국사를 크게 의존할 것으로 점치고 있고 대외 정책은 별다른 변경 없이 전왕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할 것 같다.
부왕인 「이븐·사우드」의 생존한 아들 40명 가운데 최 연장자로 왕위에 오른 「할리드」왕은 일곱 자녀를 두고 있고 취미는 매사냥과 낙타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은 유력한 왕자들과 종교·종족 및 정부 지도자들로 구성된 협의회에서 선출되며 그 과정은 비밀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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