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돈 안 만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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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 여권 운동가가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햄릿」의 아버지가 죽자마자 어머니는 시동생 「클로디오스」와 결혼한다. 그러자 「햄릿」은 자기 어머니의 부정을 탓하는 말 중에서 「frailty」라는 말을 썼다.
「프레일티」란 말은 엄격하게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연약함」을 뜻한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도 여자를 반드시 약하다고만 본 것은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시대에도 여자가 결코 약하지는 않았다. 그저 유혹에 빠지기 쉬웠을 뿐이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여자의 평균 수명은 어느 나라에서나 남자보다 길다. 병에 걸리는 율도 적다. 자살율도 사실은 남자보다 낮다. 범죄율도 근래에 이르러서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어디로 보나 여자는 결코 약하지가 않은 것이다. 「뒤셀도르프」 대학 법의학 교수인 「톨베·베카」 여사는 여성 범죄의 유형을 조사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여자는 남자나 마찬가지로 잔혹한 살인을 할 수 있다. 여자는 흔히 교육의 결여로 인하여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서 살해이외의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한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도 잔혹한 여성 범죄는 날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도 젊은 남녀가 여관방에서 함께 칼부림을 한 살인극을 빚었었다.
아무래도 여자는 약한 것은 아니다.
그저 유혹에 약할 뿐이다. 그리고 또 남자의 유혹에.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반드시 여자가 있는 법이다. 나는 사건의 보고를 받으면 으례 여자를 찾으라고 일러준다. 여자만 찾으면 사건은 해결되는 것이다. 』 『삼총사』의 작가 「알렉상드르·뒤마」의 말이다.
그러니까 여성 범죄의 경우에는 『남자를 찾아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흔히 있던 여성 범죄의 배후에는 으례 남자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강한 (?) 여자도 남자의 유혹에만은 약하게 마련이다.
요새는 여자를 유혹하는 것은 남자만이 아니다. 돈이 또 있다. 지난 연말에 회사 돈 2천8백만원을 횡령했던 여사원에게도 애인은 있었다.
그러나 범행의 동기는 어디까지나 돈의 유혹에 있었던 것 같다. 잡힌 다음에 『다시는 돈을 안 만지겠다』고 술회한 그녀의 말이 이를 설명해 주고 있다. 역시 「셰익스피어」는 위대했다. 그의 말은 천고의 진리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여권 신장론자도 여자가 남자보다 법적으로 약하다는 뜻으로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때에는 「프레일티」란 말은 어울리지가 않을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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