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정책 획기적 전환필요-ESCAP(유엔 아·태 경제 사회위) 74년 총회 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31회 ESCAP(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총회가 지난 2월26일부터 10일 예정으로 인도의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다. 총회 개최에 즈음하여 ESCAP사무국은 74년 연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74년 중 ESCAP제국의 경제동향을 개괄하고 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외지에서>
74년 중 ESCAP지역의 경제 성장률은 목표를 크게 하회했으며 또 농업생산도 한발과 수해 때문에 흉작을 보여 급속한 인구증가의 둔화나 개발정책의 근본적 개선이 없는 한 역내에서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생길 우려가 있다. 70년대의 전반기 중 역내개발도상국은 대부분 개발계획의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73년 중 인도는 「마이너스」1·4%, 「스리랑카」는 3·2%, 「네팔」은 2·0%의 저 성장에 휘말렸으며 예외적으로 한국이 16·9%, 「이란」이 14·2%, 「말레이지아」가 9·7%의 고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74년 들어 「이란」인니 등 일부 산유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심한 성장감속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역내개발 도상국의 주된 교역상대국이며 원조 공여국인 선진국이 「인플레」와 불황 때문에 원조와 수입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세계경기를 타고 「붐」을 이루었던 고무·목재 등 역내 일차 산품의 수출은 74년 들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반면 식량·화학비료와 공업화에 불가결한 자본재가격은 세계 「인플레」때문에 심한 가격상승을 보여 역내개발도상국은 심각한 외환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역내의 식량사정도 악화일로에 있다. 역내의 인구증가율은 조금도 수그러지지 않는 반면 식량생산은 늘지 않아 식량의 수입의존도가 높아가고 있는데 세계식량가격은 오히려 상승했으므로 우울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들어서의 석유가격상승과 세계적인 불황심화는 역내 제국의 외환위기와 성장감속을 가속시기고 있다.
역내제국의 수입가격은 상승 일로에 있으나 수출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역내 제국의 「인플레」는 선진공업국의 그것보다는 훨씬 심각하여 일본·인도·태국·한국 등 비교적 나은 나라가 연율 20%선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역내 「인플레」의 심화는 석유가격의 상승·세계적인 식량가격 상승 등의 수입「인플레」에다 역내 식량·원재료·농업제품의 가격앙등이 가세되었기 때문이다.
실업증가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불황에 수반하여 도시실업이 증가함으로써 농촌부문의 계절적 실업과 상승하여 대중빈곤을 부채질 하고있다. 실업증가와 「인플레」때문에 인구의 대부분이 최저한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조차도 힘들게 되었다.
실업 중에서도 가장 골칫거리는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층의 실업이 늘어나는데 있다. 고등실업자는 외국에 자리를 구해 떠나가기 때문에 두뇌유출이 심하다. 역내 제국은 현재 개발정책과 물가 정책의 「딜레머」에 고민하고있다.
역내의 각국정부는 새로운 경제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개발전략의 획기적인 전환과 정책의 재편성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또 국민생활의 향상 면에서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빈곤층의 생활향상이란 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또 무역구조의 재편·생산성향상과 고용을 늘리는 투자배분, 농업개발의 촉진, 토지의 재분배 등도 필요하다. 또 정책당국의 관료적 획일주의, 중앙집권의 폐해도 무시할 수 없는 개발장해 요인이므로 정책결정방식의 분권화, 계획에의 대중참가 확대도 절실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