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올해의 관·민 투자 청사진|)부산직할시|매립·택지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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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의 생기 넘친 발전상은 지도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영조 때 작성한 「여지도서」의 부산포일대 지도를 보면 현재의 번화가 대부분이 바다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당시의 지도가 엉터리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시가지를 그만큼 넓혔기 때문이다.
산비탈에다 한국 유일의「직할시」를 꾸미자니 다른 도리가 없었다. 부산 특유의 이 매립작전은 올해에도 상당히 큰 규모로 추진된다. 도합 7백6억 원이 투입되는 부산항종합개발계획에 의해「컨테이너」전용부두 31만5천㎢등 10만여 평의 바 다가 땅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 공사가 끝나면 5만t급의「컨테이너」 전용선 2척과 양곡전용선 1척이 한꺼번에 닿을 수 있다.
또 현재의 제7부두에 붙여서 총 7만6천㎡를 매립, 국제여객 전용부두로 삼을 예정이다. 이로써 부산 관 연락선을 통해 들어오는 가난한 일본인관광객들도 상당수준의 대접을 받게 되는 셈이다.
78년에 끝날 이 공사에는「시멘트」1백23만 부대, 철근 1만4천t외에 남산 5개에 해당하는 9백60만㎡의 흙을 쓸어 넣어야 한다. 이만한 공사를 하자면 방대한 일손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결과.
덕분에 시 당국은 심각한 불황기미에도 불구하고 실업문제에 관한 한 한시름 덜고 있다.
부산시는 또 26억7천5백 만원의 취로사업비를 마련, 이 돈을 3만6천2백 가구의 영세민들에게 돌아가도록 준비해 놓았다.
취로사업비는 대부분 실물생산과는 거리가 먼 환경미화 작업에 쓰이므로 결국 「인플레」요인이 되기 마련이지만 우선 다급한 불길은 모면해 놓자는 게 중앙정부와 시 당국의 입장이다.
부산시의 확장이 매립사업을 통해 추진된 것은 그만큼 땅이 귀하기 때문. 따라서 웬만큼 벌이가 좋은 시민이라도 제 집 장만하기는 무척 힘든 고장이었다.
시 당국은 이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올해 중에 시비 28억원, 주택자금 4백32억원을 들여 서민주택 5천6백가구분을 짓기로 했다.
부산은 시가지의 넓이가 극이 좁은 반면 길이는 서울을 능가할 정도로 길다. 해안에서 산중턱까지는 「택시미터」가 기본요금대로 꼼짝하지 않지만 송도에서 해운대까지 달리면 경부간 고속「버스」요금이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웬만한 산비탈이나 잡종지라도 약간 손길을 해서 완지로 둔갑시키면 수십 갑절의 돈이 남는다.
시 당국은 그동안 이 수지맞는 장사를 벌임으로써 1백48만5천 평의 공공용지를 얻었다. 작년가격으로 쳐서 2백22억7천6백 만원을 얻었다는 얘기다.
올해에는 하단지구 등 4건의 구획정리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인데 현재 6억2천4백 만원을 번 것으로 집계되어 있다. 물론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돈은 시민들의 복지향상에 쓰인다.
예컨대 시 당국은 격증하는 쓰레기를 제 때에 치워 주기 위해 올해 안에 자동차 10대·손수레 2백대를 사들여 3∼4일에 한번씩 순회하던 것을 이틀에 한번씩 내보낼 예정이다.
그리고 도시녹화 등 환경개선작업에도 6억9천3백 만원을 쓰기로 결정했다.「유엔」묘지 8천명을 정비하고 가로수 3천 포기를 새로 심는 한편 곳곳에 도로공원과 화단을 만든다.
또 현재 시가지에 있는 화장터도 딴 곳으로 옮기고 공동묘지도 공원을 겸할 수 있도록 치장할 예정이다.
이로써 20여 년 전「이디오피아」에서 온 「유엔」군까지도 코를 움켜쥐게 했던 『지저분한 부산항』의 「이미지」는 완전히 일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의욕적인 미화작업과는 달리 불경기의 냉기류는 올해의 시정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 같다. 시내 2천3백84개 기업체의 평균조업률이 이미 64%(작년 11월 현재)로 떨어진 데다가 앞으로도 더욱 악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시 당국은 연리 8%의 저리자금 4억1천만원을 마련, 건당 5백 만원 한도 안에서 지원 융자키로 계획하고 있으나 워낙 자금규모가 적어서 실효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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