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달려 수입 규제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결제해야 할 수표는 정신없이 돌아오는데 자금 융통은 어렵고 그렇다고 지출을 줄일 수 도 없는 형편이 바로 요즘의 국내 외환 사정이다.
김용환 재무장관은 자칫하면 부도가 날 회사의 경리 책임자 같은 입장이다.
외환 압박은 금년 상반기에 절정을 이룬다.
정부에선 국제 수지상의 경상 적자가 74년의 9억3천만「달러」선에서 75년엔 국제 원자재 값 인하 등을 반영, 6∼7억「달러」로 줄어들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으나 외환 수급은 오히려 더 힘들 전망이다.
74년만 해도 어느 정도 외환 예비가 있었고 또 국제 금융 사정도 비교적 좋았으나 작년 말부터는 돌아오는 외환 수표를 결제하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작년 한햇 동안 외환 부도를 막기 위해 외환 보유는 비상금까지 털어 썼다.
68년이래 처음으로 IMF의 금 출자분 2천4백만「달러」와 제1신용부분 2천4백만「달러」를 꺼내 썼다.
또 IMF의 「오일·패실리티」(석유 융자 기금)로부터 1억8백만「달러」를 인출했다.
「뱅크·론」 도입도 2억「달러」를 상회했다. 조건의 좋고 나쁨을 따질 것 없이 무슨 돈이든 끌어다가 급한 구멍을 메워야 할 형편이었다.
외환 사정은 금년 들어 더 핍박하다. 금년 무역 적자는 수출60억「달러」, 수입78∼80억「달러」로 20억「달러」를 상회할 전망인데 종래 무역 적자 보전에 큰 구실을 했던 무역외 흑자가 관광 수입 감소 등으로 큰 기대를 할 수 없으므로 거의 전적으로 자본도입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다.
무역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원유가의 폭등인데 금년에는 원유 수입 대전은 12∼13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명목상으론 외환 보유고가 10억「달러」선이지만 거의 부채로 「마크」되어 있어 실제 쓸 수 있는 외환은 별로 없다.
보유 외환을 늘리기 위해 외국환 은행의 「리파이넌스」(은행간 당좌 대월 같은 성격)을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수출 선수금·외국 은행 국내 지점의 「달러」 도입 등을 권장하며 또 작년 31일에 「뱅크·론」 1억「달러」를 갖다 넣어서 연말 외환 보유고 10억「달러」를 유지한 것이다.
금년 들어 수출이 크게 늘거나 대규모의 「오일달러」환류가 없는 한 외환 수급은 큰 곤란을 겪을 전망이다. 금년은 작년도에 빌어 쓴 거액의 단기채 상환까지 해야 하므로 더 어려운데 차관 원금 상환만도 74년의 2억9천5백만「달러」에서 75년엔 3억「달러」이상으로 늘어날 예상이다.
외환 부족이 심해지면 결국 수입이 직접 통제가 불가피할 것이다.
75년 예상 수입 규모 80억「달러」중 원유·양곡·수출용 원자재 등 상위10개 품목이 수입이 전체의 50%를 차지하므로 수입을 줄일 여지는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결제할 외환이 모자라면 일부 원자재 수입의 직접 규제가 발동될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외국환 은행은 창구 지도를 통해 수입 규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년 외환 전망에 대해 재무부 당국에선 어떻든 모든 수단을 통해 대외 결제에 차질을 내는 사태는 막을 자신이 있으나 『이제까지의 관념으로는 생각키 어려운 비상수단의 강구도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