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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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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휴전협정 이후에도 국지전을 겪고 있는 월남은 전쟁후유증과 경제사정의 악화로 또 하나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실업자의 누증, 국제수지 악화와 국제상품가격의 앙등, 미국원조의 감소추세, 과중한 국방비부담 등을 주인으로 한 월남경제의 악화는 앞으로 3년간은 더 계속될 전망이며 이 기간이 경제적으로 볼 때 가장 심각한 시련기가 될 것으로 판단되고있다.
그 이유는 경제적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8월26일 「사이공」동남방 3백68km지점의 해저에서 유징이 발견되어 석유자원보유국으로 각광을 받게 될 단계에 있고 이 해저석유를 상품화하는데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관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월남경제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국제수지의 악화와 「인플레」의 앙진에 있다.
지난 73년 도중 수출 6천만「달러」에 수입 7억1천만「달러」로 6억5천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인 것이 올해 들어서도 10월말 현재 수출이 당초 목표인 7천5백만「달러」에 육박한 7천2백만여만「달러」에 이르고 있지만 수입규모는 연말까지 약 8억「달러」(10월말 현재 약 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어 무역수지 적자는 조금도 개선될 기미가 없다. 이러한 무역수지의 악화 때문에 엄격한 수입허가제를 실시하고 있고 지난 7월1일에는 정당·주류·직물·신발류·전기기기 등 3백38개 품목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또한 이와 같은 수입규제강화에다 올해 들어서만도 10차례에 걸친 환율인상(1월 1대 550에서 현재 1대 685)이 단행됐고 국제「인플레」에 따른 수입물자가격 앙등까지 겹쳐 실질수입은 약 30%가 감퇴, 물가앙등과 산업생산부조를 부채질하고있다.
즉 산업생산지수(62년=100)는 72년의 238·4에서 73년에 216으로 떨어진 이후 올해 들어서도 개선기미가 없고 물가는 수입부조, 국제「인플레」영향으로 도매지수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무려 74·6%,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의 65% 상승에 이어 올해 9월말 현재 37%가 올랐다.
이 같은 산업생산의 침체와 물가의 폭등을 반영, 국민의 실질소득은 감퇴를 거듭, 71년의 1인당 실질소득이 1백66「달러」에서 72년엔 1백66「달러」, 73년에는 1백55「달러」로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또한 실업인구는 약 1백만명 이상으로 전체경제활동인구의 15∼20%에 이르는 것으로 월남정부는 추계하고 있다.
월남이 휴전 이후 대량의 실업을 발생시킨 이유는 그들의 산업구조상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73년 현재 월남의 산업구조는 농업 38%, 광업 10%, 용역 등 기타의 3차 산업이 52%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인구가 적고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50%를 넘는 전시형의 산업구조인 것이다.
이 산업구조 아래서 미군을 비롯한 외군의 철수 등이 용역 및 「서비스」부문의 고용후퇴를 가져와 대량실업을 유발한 것이다.
특히 월남경제로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농업을 제외하고는 자급체제가 갖추어지지 않은데다 국제수지 면에서 거의 대부분을 외국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점이다.
더구나 주월미군에 대한 군납으로 71년에 4억3백만「달러」, 72년에 2억2천9백만「달러」, 73년에 1억1천만「달러」의 무역외수입을 보던 것이 올해 들어서는 일체 없어져 월남정부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수입에 충당될 외화수요 약 8억「달러」가운데 80% 가량을 AID가 지원해줄 것을 요구 중에 있다.
그러나 미국의 원조는 73년의 경제원조 5억9백만「달러」, 군원 11억2천만「달러」이던 것이 75회계연도에는 경원 4억5천만「달러」, 군원 7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결국 미국원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월남은 올해 들어서만도 자유중국에서 5백만「달러」, 일본에서 3천만「달러」, 서독에서 1천5백만「달러」, 「프랑스」에서 약 1천4백50만「달러」, 「덴마크」에서 6백60만「달러」, 미국에서 5천만「달러」, ADB(아시아개발은행)에서 1천2백90만「달러」 등 모두 1억3천3백40만「달러」의 장기저리차관을 도입했다.
이번 한국·월남 경제각료회담에서 우리 나라가 1백만「달러」의 기술원조 이외에 5백만「달러」의 상품차관을 공여키로 한 것도 바로 월남정부의 지원요청에 의한 것이다. 즉 월남은 전후복구와 국제수지의 악화를 원조성격의 외국차관에 크게 의존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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