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낙태자유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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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프랑스」의 낙태자유화법 실현에 용기를 얻은 「이탈리아」의회의 낙태찬성의원들은 지난 2월 상정되자마자 심의 보류되었던 낙태개혁법을 내년에 통과시키기 위한 지지세력 확보에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사회당의원 36명의 서명으로 제출된 이 법안은 건강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낙태를 합법화하고 낙태수술을 받은 여자 및 시술의에게 5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현행법조항의 폐기를 골자로 하고있는데 낙태를 절대 반대하는 「바티칸」의 「로마·가톨릭」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내년에 이 법안을 놓고 수년 내에 가장 격렬한 의회의 대 논쟁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로마」교황청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이 법안의 토의는 「크리스머스」휴회 후 재개되는 의회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권 옹호론자들은 벌써부터 「로마」 거리곳곳에 『「프랑스」는 낙태를 자유화했다. 「이탈리아」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등의 「포스터」를 붙여 놓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낙태자유화의 기수로 꼽히는 여류소설가 「다치아·마라이니」여사는 『우리는 광고·수기·저술·문서·가두시위·제안·토론·영화·연예활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낙태합법화투쟁을 벌이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으나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전망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의회의 제1당인 기민당과 소수당인 신「파시스트」「이탈리아」사회운동소속의원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고있으며 부결에 필요한 과반수 선을 확보하고있기 때문이다.
1백년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침내 지난 5월 통과되었던 이혼법과 「이탈리아」국민의 80%가 낙태자유화에 찬성하고 있다는 최근의 여론조사결과에 타격을 받은 「로마」교황청은 낙태를 일부 합법화한 「프랑스」의회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산아제한 및 낙태반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유엔」통계는 인구5천5백가만의 「이탈리아」에서 연간 1백20만 건의 불법적인 낙태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추산하고있으나 「이탈리아」의 의사들은 아마 3백만 건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저개발지역과 「가톨릭」교세가 강력한 남부 및 값싼 낙태 시술의들이 판을 치는 빈민가 등에서는 시술의 잘못으로 연간 최고1만명의 여자들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일반 낙태시술병원의 수술료는 「이탈리아」 평균 「샐러리맨」월급의 절반이 넘는 1백50「달러」나 되어 가난한 사람들은 수술을 받을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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