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식품가게에 처녀 권총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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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사람과 묘령의 백인아가씨가 개입된 권총강도사건을 에워싸고 미「캘리포니아」주 「샌터·애너」가두에서 벌어졌던 뒤죽박죽의 세모 실소극 한 토막.
18일 밤 「찰리 주버」(25)로 신원이 밝혀진 한 아가씨가 재미교포 백운기씨의 식품가게에 들어섰다.
「주버」양은 주인 백씨에게 영어로 『나는 강도다. 돈을 내놓으라』고 넌지시 건넸다.
영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백씨는 이 아리따운 아가씨를 물건 사러 온 손님인줄만 알고 그가 아는 어설픈 영어로 『무엇을 드릴깝쇼』만 연발.
그러나 「주버」양이 주머니 속에 든 권총을 가리키면서 다시 『돈을 내노란 말야』고 다부지게 다그치자 그제서야 강도가 든 것을 눈치챈 백씨는 25「달러」를 아가씨에게 내주었다.
분통이 터진 백씨도 서랍에서 권총을 빼들자 겁에 질린 「주버」양이 줄행랑을 쳤고 백 씨의 추적전은 거리로 진출. 가두에는 「주버」양이 타고 온 「택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권총을 손에 든 채 백씨가 서투른 영어로 「도둑이야」라고 소리치자 백씨를 강도인 줄 오해한 「택시」운전사는 냉큼 운전석에서 내려와 두 손을 번쩍…그저 목숨만 살려달라는 투.
그때 「택시」뒷좌석에 앉았던 진짜 강도「주버」양이 차에서 튀어나와 백씨에게 권총을 겨눠, 생사결단을 낼 양으로 서로 권총을 겨눴지만 그들이 손에 든 것은 장난감 권총이었다고. 【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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