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은 세계인권 위기의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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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인권선언」 26주년을 맞은 10일 전국 곳곳에서는 나면서부터 타고난 인권의 옹호와 신장을 절규하는 모임들이 있었다. 국제 「앰네스티」 한국 지부(이사장 이병린)는 10일 하오 6시부터 서울 을지로 입구 대성 「빌딩」에서 『74년의 인권·권력의 한계』란 주제로 기념 대강연회를 가졌다.
이날 강연회엔 함석헌(종교인)·윤현(목사) 이우근(변호사)씨 등이 연사로 나서 인권의 탄압으로 암울한 세상을 살아간 74년을 회고하고 권력이 인간의 권리를 옹호하고 신장하기보다는 억압하고 탄압하는 사례 등을 살펴보았다.
다음은 연사들의 강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함석헌=나는 요즘 국가 권력이라는 것이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사실 아닌 사실을 조작해 곤욕을 치르게 하고 대다수 시민의 요구를 일부 소수라고 강변함을 본다.
국가권력의 양심이 무언가에 가려 있는 것 같다. 7백여명의 시민이 일시에 기소된 「민청학련」 사건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은 더욱 중요하다.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목표 추구 이후에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보상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국가권력은 힘과 함께 사랑을 가져야 한다. 인간사 모두가 그렇다.
흔히 힘과 사랑을 이율배반인 것처럼 말하나 그런 게 아니다. 힘과 사랑은 조화될 수 있는 것이고 조화돼야 한다.
이 시대에 우리 시민이 해야 할 일은 국가를 위해선 국민은 희생해야 한다, 희생돼도 좋다는 국가지상주의를 추방하는 일이다.
국가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뒤지며 국가란 인간을 위해 형성된 단위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시민들은 악을 추방하고 선을 따르며 힘과 사랑을 조화 있게 구사하고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답게 죽겠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인류는 한가족이기 때문이다.
▲윤현=『모든 정부는 국민에 관대해야 한다. 지나친 엄격성은 자신의 약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는 말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사실 실력 있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부는 국민에게 관대하다. 74년의 세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관의 폭력에 민의 항거로 점철된 한해」였다.
「브라질」 「칠레」 「이란」 남아 「아르헨티나」 「필리핀」 인니·월남 등 세계 각국에서 무수한 지식인·문필가 등 시민이 어떤 법적 절차도 없이 죽어 갔다.
숱한 고문·비밀 재판의 성행은 인권에 미증유의 폭권을 자행한 것이다. 이러한 지식인의 수난을 들을 때 얼마전 내한했던 『25시』의 작가 「게오르규」의 강연이 생각난다.
지식인·시인은 그의 말대로 배속의 살인 실험용 토끼처럼 사회의 위기 의식을 맨 먼저 느껴 그 위기를 구출하려다 수난을 받는 것이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시민을 탄압하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가?
이제 이러한 흐름 앞에 인권을 찾는 기은 무얼까? ①「유엔」의 인권보장 기능 강화와 ②「유엔」에 인권 유산 사례를 보고하는 각국의 상설 단체 설치 ③자유 시민들의 인권에 관한 확고한 인식 및 상호세력 형성이다.
무엇보다도 권력의 횡포에 대한 자유 시민의 거부가 중요하다.
▲이우근=74년의 세계를 함축성 있게 표현하는 것 중에 「유엔」의 고문 방지 결의안을 들 수 있다. 「유엔」이 고문 방지 결의안을 결의할 정도로 세계의 인권 탄압은 심각한 것이다. 흔히 74년을 『인권위기의 해』라고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인권 문제도 미국 의회 등 세계적으로 논란된 사실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인권이 이토록 탄압 받는 이유는 무얼까. 누가 뭐라든 『우리 자유 시민들의 나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이제 인권보장을 위한 권력의 한계 문제를 생각해 보자.
근대 민주 사회는 ①기본권의 보장 ②권력 분립에 기초를 둔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행정권을 견제할 입법부의 권한 및 사법부의 권한이 많아 제약돼 있어 권력 분립 자체가 제도적으로 약간의 결합이 있으며 기본권 보장에 있어서도 구헌법보다 훨씬 후퇴한 느낌이다.
다음에 법 운용상의 한계인데 이는 법을 운용하는 권력 담당자의 윤리 의식에 귀착된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인권의식이다.
인권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추구하는 국민 자신의 권리』라는 국민 전체의 인권에 관한 신념이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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