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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경직화 현상 심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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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입 경직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설비투자의 저조에도 불구하고 수입격증이 고정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입격증은 구조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현 생산 및 소비 「패턴」아래선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국제수지가 나빠 외환압박을 받아도 수입을 줄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산업구조가 수입 유발적으로 되어 있다. 수출을 늘리고 적정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수입이 크게 늘지 않을 수 없도록 경제구조가 굳어져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국제수지 개선은 산업구조의 개편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가 연년세세 입버릇처럼 발표하는 수출지원 강화, 불요불급품의 수입억제 등의 국제수지 정책이 얼마나 한계적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수입구조를 분석해 보면 불요불급품은 없고 현 소비수준 유지와 생산활동의 보장을 위해선 필요 불가결한 것뿐이다.
따라서 산업구조의 근본적 개혁이나 소비수준의 하락 없이는 수입을 줄일 수가 없도록 되어 있다.
무역계획이나 수입 담보율 인상 등을 통한 수입 절약효과는 극히 지섭적인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금년 들어 10월말까지의 총수입 56억6천1백만「달러」중 원유·양곡·원면 등 상위 10개 품목의 수입비율이 47.2%(26억7천3백만 「달러」)나 된다.
원유 하나만도 7억7천1백만 「달러」로서 총수입의 13.6%다.
원유에 목재·선박·소맥 등 상위 5개 품목의 수입총액은 18억4천만 「달러」로 총수입의 32.5%를 차지하고 있다.
73년은 상위 5개품목이 전체 수입의 28.2%, 10개품목이 42.9%였으니 금년 들어 대종품목의 수입 집중도가 더 높아진 셈이다.
수입의 기대적 비중을 점하는 대종품목은 국산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당분간 국산 대체가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수입 대종품목은 국민경제에 필요 불가결한 물자여서 어떻든 수입을 늘려 가야 한다. 특히 금년의 수입 격증에도 불구하고 기계류 동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앞으로 경기가 호전되고 중화학 공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시설재 수요가 늘어 수입 격증을 더욱 자극하게 될 것이다.
금년 10월말까지의 수입누계 56억6천1백만「달러」를 재원별로 보면 KFX 수입은 작년 동기보다 79.6% 증가된데 비해 시설재의 도입 「채늘」인 차관수입은 오히려 7.9%가 줄었다. 또 KFX 수입 중에서도 일반용이 작년 동기비 1백6.2%가 격증된데 비해 수출용은 41.3%의 증가에 머물렀다.
따라서 금년의 수입격증은 국내에서 먹고 쓰는데 든 「코스트」라 볼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수출이 활기를 되찾고 또 기업시설 확장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는 무역역주 심화로 치달을 것이라는 점을 뜻한다. 우리 나라의 수출은 수입증가를 동반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입은 품목별로 편중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미·일 편중이 두드러지다. 즉 10월말 현재 대 일본 수입이 총수입의 37.8%, 대미국 수입이 25.9%로써 미·일 양국에만 63.7%를 의존하고 있다. 수입의 미·일 편중의존은 가격면 및 물량 확보면에서 위험요소를 내포하는 것이다. 결국 무역 다변화는 말로만 그친 감이 있다.
경직화된 수입 격증 때문에 수출의 꾸준한 신장에도 불구하고 10월말 현재 무역적자는 작년 한해 동안의 적자 10억 「달러」의 근 두배인 19억 「달러」에 달했다. 결국 무역역조도 수입 유발적 경제구조 때문에 경직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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