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벌이 노무자

여성의 사회진출이 교육의 영향을 받은 전문직에서뿐만 아니라 이제는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사판 노동에 이르기까지 넓게 퍼져가고 있다』 아직도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숱한 제약과 차별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 구조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증가 시켜주고 있다. 여성의 독점직업 및 비교적 무리(군)를 이룰 만큼 여성들이 많이 참가하고 차는 직종을 찾아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공사판에 여성들이 뛰어 든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잠깐씩 동네 공사장에서 손이 달릴 때 일거리를 맡았던 것에서부터 이제는 일거리를 찾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날품팔이 여성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공사장이 섰다하면 일을 찾는 여성들이 새벽부터 모여든다. 비교적 품삯이 많은 주택공사나 건축회사들의 사업장에서는 여성일꾼들을 구하는데 전혀 힘을 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항상『써달라』는 여성들이 밀린다는 것이다. 날품팔이 여성들의 수요는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특히 농한기에는 공사장에서 남아 돌아가는 상태.
현재 이러한 공사장의 날품팔이 여성들의 수는 결코 남성 노무자의 수에 못지 않다.
보사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세민취로 사업의 경우 그 대상은 전국에 43만4천8백여 가구에 이르고 있는데 한 가구 한사람씩 나오게 돼 있는 사업장에서 보면 절반이상이 여성이다.
『이들 가구의 여성들은 대부분이 날품팔이 여성으로 볼 수 있다』 고 한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즉 20여만명의 여성들이 일거리만 있다면 날품팔이를 한다는 통계를 잡을 수 있다.
서울의 경우 한달 가구당 수입이 1만2천원 이하의 영세민이 2만7천가구, 날품팔이로 생활하는 가정을 9만4천가구로 잡고 있으며(시사회과 통계)취로사업장에만 하루 2만여명이 나온다 (이중 55%정도가 여성) .
『못 사는 사람들에겐 일할 수 있는 노동판만 있다면 누가 일하지 않겠읍니까?』서울 제1한강교 옆 취로사업장에서 모래를 파내는 일을 하고 있던 이병옥씨 (39· 신대림동883) 는 일하겠다는 사람에 비해 일자리가 너무 적다고 말한다.
요즘 알반 공사장에서 여성들이 받는 품삯은 하루8백∼1천원 (남자 인부는 1천3백∼2천원). 정부에서 하는 영세민취로사업장에선 여성에게 하루 5백40원, 남성은 8백20원씩 지불하고 있다.『남자들보다 돈을 적게 받는다는 문제에 앞서 이 경로라도 매일 벌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아파트」공사장에 상오6시에 찾아갔다가 일거리가 없어 취로사업장에 나왔다는 이무자씨(33·신도림동 834) 의 말이다.
대개 공사판에선 여성들이 하는 일이 따로 정해져 있다. 벽돌을 다듬는 일, 자갈 골라내기, 갈아내기(도끼다시), 「페이퍼」질, 청소 등 시간은 걸리지만 비교적 힘이 적게드는 일들이다. 구호를 겸한 취로 사업장에서도 여성들은 남성의 60%정도 일을 해낸다고 한다.
『새벽부터 같은 일만 하루종일 계속하면 집에 돌아갈 때쯤이면 정신이 아찔해집니다. 「아파트」 공사장에서「페이퍼」질을 한다는 한 여성은 돈은 좀 많지만 일반공사장이 시간적으로는 너무 오래 일을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공사판에서의 노동시간은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다. 요즘에도 상오7시부터면 일을 시작하여 바쁜 내장공사 때는 하오8시, 9시까지도 계속할 때가 있다 .여기에 비해 취로사업장은 상오9시부터 하오 5시까지로8시간을 지키고 점심시간 1시간, 그리고 매시간 마다 10분식 휴식을 주기 때문에 비교적 일반 공사장보다는 쉬운 편이라고 한다.
『쌀값은 올리면서 왜 인건비는 못 올리는지 안타깝습니다. 』 5식구의 가계를 거의 혼자 날품팔이로 맡고 있다는 이병옥씨는 무엇보다 겨울철 일거리가 없어질 때가 두렵다고 했다. 영세민 취로사업도 한 가구 한 달에 20일까지 일할 수 있지만 1월, 2월은 일이 없어 더욱 암담하다는 것이다.『힘이 들고 집안을 돌볼 수 없을 만큼 시달리지만 우리에겐 일자리만 계속 있다면 좋겠어요.』
대개 가정 주부들인 이들 날품팔이 여성들은 보름이면 고무신 한 켤레가 다 떨어지고 1주일이면 장갑에 구멍이 뚫리는 노동이지만 그래도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 보람 속에 일손을 쉴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