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의 부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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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구경기에서 진행을 맡은 심판들 가운데「스포츠」정신을 저버린 채 번번이 불공정한 판정을 내림으로써 체육계전체의 불신풍조를 조장, 급기야는 실업농구「팀」의 근간이라 할 육군 농구 부의 해체를 유발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스포츠」는「페어·플레이」가 생명으로「스포츠·팬」이건 아니건 간에, 누구나 운동경기만은 엄격한 규율과 공정 무사한 심판아래 행해지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선수들이 호적을 뜯어고쳐 나이를 줄이는 사례가 알려져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뒤이어 또다시 농구경기에서 심판이 금품을 받고 승패를 좌우시키고 있다는 일부 농구 인들의 폭로는 오늘날 우리 나라「스포츠」계가 안고있는 부조리가 결코 몇몇 경기종목이나 극소수 체육인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심증을 굳게 하는 것이다.
이 나라「스포츠」계 전반의 이런 부조리는 1차 적으로는 승부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빚은 산물일 것이다. 이리하여 일부「스포츠」인들은 실력으로 싸워 이겨도 자만하지 않고 져도 비굴하지 않는「스포츠맨십」을 저버린 채 심판에게 돈을 주어서라도 경기를 이기고자 하는 가장 비「스포츠」적인 행위를 예사처럼 생각하는 풍토가 조성된 것이다.
농구계의 이런 풍토는 운동부예산이 넉넉지 못한 군「팀」이나 생소한 지방「팀」관계자를 오랫동안 실의에 빠뜨리게 한 요인이 되어왔던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이 이 나라 농구「팀」들의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하고 체육계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케 한 근본요인이었다는데서 비단 농구계뿐만의 불상사라 할 수 없다.
우리는 여기서 새삼스럽게「스포츠맨십」이 무엇이라는 것을 말하려고 않는다. 그러나 급격히 늘어나는「스포츠」인구의 성원아래 국제 경기 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한국「스포츠」계로서는 이런 불신풍조와 부조리는 하루빨리, 그리고 발본색원 적으로 추방해야할 것이다.
해체된 육군농구「팀」만 하더라도 지난17년간 우리나라 농구의 국가대표 급 선수들을 무수히 배출했고 현재도 수명의 국가대표선수를 거느리고 있는「팀」일 뿐 아니라 이「팀」의 존재는 우수선수가 대학을 거쳐 실업「팀」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입영하는 농구선수들의 단절을 막는 역할을 해왔다.
농구관계자들로서는 이번 기회에 대오각성, 금품수수로 농구계와 체육인 전체의 명예를 더럽힌 심판들을 단호히 추방하고, 육군당국도 육군농구「팀」이 차지하고 있는 한국농구에서의 위치를 재고하여「팀」해체를 번의 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스포츠」의 지도자들과 위정자도 국가대표선수들에게『어떻게든지 꼭 이기고 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강요하는 언동을 일삼아 왔던 것이다. 체육계 지도자들의 이 같은 언동이야말로 이 나라「스포츠」계에 온갖 부조리를 낳게 하는 원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가를 대표하든, 단체를 대표하든 모든 운동경기의 선수들은『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부끄러움 없이 정정당당히 싸워라』는 격려를 받아야 할 것이며, 국민은 더럽게 이긴 선수들에게보다는 정정당당히 싸워서 패배를 한 선수들에게 더욱 열렬한 박수를 쳐주는 아량이 있어야한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기고 봐야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젖은 선수나 체육지도자들은 하루빨리「스포츠」계에서 추방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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