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용으로 돈 버는 일본 기업들|미국의 대기업들과 비교해 본 기술 개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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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흔히 현대기업의 승패는 기술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필름」과「카메라」제조에서 전세계를 석권하는「코닥」회사나, 「나일론」과 각종 화학섬유를 실용화한「뒤퐁」은 그 전형적인 예에 속한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연구를 위해 대기업은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다. 전산기「메이커」인 IBM이나「컨트롤·데이터」등은 연구개발비가 광고비의 수배에 달하는 것이다.
한데 이처럼 애써서 개발한 신기술로 남 좋은 일만 시켜 주는 경우도 없지 않다. 미국서 개발한「트랜지스터」를 일본「라디오·메이커」들이 전세계에 보급한 경우가 바로 그렇다.
일본 기업의 이와 같은 재주 부리기는 비단「트랜지스터」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도용 내지 흉내 내기로 미 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을 훔쳐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것 미·일 주요기업의 연구개발비 지출 내용을 살펴봐도 간단히 알 수 있다. 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같은 업종의 경우 미국의「톱」기업과 일본의「톱」기업은 판매액에서 보통 10∼30배의 차이가 난다.
그런데 총 판매액에 대한 연구개발비외 지출비율은 일본기업이 미국에 비해 10분의1, 심한 경우에는 5백분의1 밖에 안 된다(「포드」자동차와「도요다」자동차의 경우).
또「뒤퐁」사의 연구비 지출 비율이 5.2%인데 반해 삼정동압화학은 13분의1도 안 되는 0.4%, 「제너럴·일렉트릭」의 7.3%에 비해「상요」전기는 0.5%이다.
일본 기업이 이처럼 연구 개발비에 인색하면서도 제품자체는 미제에 손색없이 내놓는 것은 좋게 말해서「흉내기술」나쁘게 말하면「도둑질 기술」이 탁월한 덕분인 셈이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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