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적군파의 여두목 후사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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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세계 도처에서 무차별 살인행위와 테러 활동을 자행, 골칫거리가 되고있는 일본 해외 적군파의 두목은 당 년 28세의 여성인 시게노부·후사꼬.
긴 머리에 항상 검은색 T샤쓰·판탈롱 차림의 시게노부는 아랍·게릴라의『하이재킹의 여왕』레일라·칼레드 처럼 기관단총을 차고 있진 않지만 최근 전세계에 물의를 빚은 일련의 테러활동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1년 일본경찰의 검거선풍이 일자 일본을 탈출한 그녀는 국제게릴라들의 활동 지인 베이루트에 거점을 갖고 팔레스타인·게릴라를 비롯 해외 게릴라들과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26명의 사망자를 낸 72년 5월의 텔라비브 로드 공항의 무차별 난사사건, 지난 1월 싱가포르 정유소 습격사건, 2월의 쿠웨이트 주재 일본대사관 점거·9월의 네덜란드 주재 프랑스 대사관 점거 사건 등 최근 해외 일본 적군파가 일으킨 테러활동이 모두 시게노부의 조종에 의한 것.
동경에서 조그마한 식료품 가게를 경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시게노부는 가난 속에서 자랐다.『우린 가난했어요. 게다가 세금관리들과 다투고 때로는 세무관리들이 집의 물건을 압류해 갔지요. 시게노부가 관리들에 대해 회의와 반감을 갖게된 것이 바로 그때였던 것 같아요』이건 그녀 아버지의 회상이다.
고교를 나온 뒤 두부공장에 들어간 그녀는 거기에서 상당한 돈을 모아 메이지 대학에 입학, 교내의 공산주의 그룹에 가입했는데 학교당국이 이 단체를 불법화하자 자퇴했다.
그 뒤 그녀는 동경·대판에서 경찰서 폭파사건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적도 있었다. 71년 시게노부는 적군파 동지인 오꾸다이라·쓰요시와 명목상의 결혼을 했고 함께 베이루트로 갔다.
오꾸다이라는 뒤에 로드공항 난사사건을 일으켰다가 이스라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살해됐다. 시게노부는 그 뒤 한 인터뷰에서 그와의 결혼은 순전히 여권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밝히고 자기는 남편과 단 하룻밤도 동침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해외 적군파로서는 유일하게 본명을 사용하고 있는 그녀는 베이루트에 거주하며 일본주간지와 회견도 하고 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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