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CEO들이 보는 아·태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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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 굴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앞으로 아시아.태평양(AP)지역 성장을 이끌 국가로 중국과 인도를 첫 손에 꼽았다. 또 아시아 지역 주요 허브 국가로 홍콩과 싱가포르를 지목했다.

IBM의 비즈니스 가치혁신 연구소(Institute of Business Value)가 6일(한국시간) 발표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에 대한 세계 CEO의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아태지역의 성장을 이끌 국가나 혁신을 추구하는 선진 국가 어디에도 끼지 못했다. 이 조사는 IBM과 사업 관계을 맺고 있고 연매출 5억달러(약 5000억)가 넘는 세계 CEO 456명과 1대1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내 CEO 17명도 참여했다. 국가 분류 설문은 ▶성장 견인▶허브▶선진시장▶신흥 개발 국가 등 네 가지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중국은 매출을 대폭 늘리는 데는 더 없이 좋은 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아태지역 성장의 견인국가로 꼽혔다. 다만 위험 요소가 항상 존재하는 만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중국 시장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CEO들은 판단했다. 인도의 경우 국내 수요가 살아나고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의약품 등 해외수출이 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지목됐다.

CEO들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경제 기반을 갖춘 국가로 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을 골랐고 사업 기회가 많을 것으로 판단되는 신흥 국가로는 인도네시아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아시아지역의 주요 허브 국가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 CEO들이 홍콩과 싱가포르를 지목해 한국이 지향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허브 국가구축에 대한 이미지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조지 폴 IBM 가치혁신 연구소장은 "세계 각국 기업 대표들의 뇌리에 한국은 시장의 성숙도에선 주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역동성은 신흥 국가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어 CEO들은 한국을 여전히 '지켜 봐야 할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몽크(뉴욕)=김동섭 기자<donkim@joongang.co.kr>

*** "한국 허브 프로젝트는 임시변통"

EU상의 햄프싱크 회장 "상하이.홍콩에 뒤져"

프란스 햄프싱크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회장은 6일 "인천경제자유구역 등 한국의 동북아시아 허브 프로젝트는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국 경제가 중국 등 인접국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라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햄프싱크 회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2005년 무역장벽 백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의 외국기업 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 등 한국의 공항과 항만시설이 상하이나 홍콩과 같은 도시에 비해 뒤지는 게 사실"이라며 "규제가 까다롭고 화물처리와 수송절차도 불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햄프싱크 회장은 "매년 무역장벽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하지만 개선되는 것이 없다"며 "한국정부는 여전히 관료주의에 젖어 있고 영문으로 번역된 공식 문서마저 드물다"고 꼬집었다.

피터 튤리스 지적재산권 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은 세계 4대의 특허출원국으로 성장했지만 지적재산권 침해 현실은 심각하다"며"'한국이 과연 경제대국으로서의 자격이 있는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EUCCK는 이번 백서에서 물류와 규제.지적재산권.자동차. 은행.화장품.제약.조세 등 17개 분야에서 무역장벽 및 애로사항을 지적하고 150여개의 개선 요망 사항을 제시했다.

최준호 기자<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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