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연아의 맞수 … 아사다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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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연아(24)의 맞수가 이미 바뀐 것 같다. 아사다 마오(24·일본)는 엉덩방아를 찧었고,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가 훨훨 날았다.

 아사다는 9일(한국시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쇼트프로그램 선수로 나섰다. 쇼팽의 ‘야상곡’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그는 첫 과제인 트리플 악셀을 실패하며 빙판 위로 넘어졌다. 벌떡 일어나 연기를 이어 갔지만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뒤였다.

러시아의 신예 율리야 리프니츠카야가 2연패에 도전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를 위협할 상대로 떠올랐다. 리프니츠카야가 9일 피겨 단체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우아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소치 AP=뉴시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사다가 쇼트 프로그램에서 낮은 점수를 받자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소치 로이터=뉴스1]

 연기를 끝낸 아사다는 울먹거리며 링크를 빠져나왔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안타깝게 그를 바라봤고, 아이스버그를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아사다는 64.07점을 받아 전체 3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최저점이었다. 아사다는 “예상보다 더 긴장했다. 트리플 악셀에 실패한 뒤 침착할 수 없었다.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사다는 지난 6일 입국해 단체전 준비를 했다. 단체전 출전권이 없어 아직 입국도 하지 않은 김연아와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단체전이 끝나면 아사다는 아르메니아 예레반으로 날아가 일본 대표팀 전용 링크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현지 시차와 빙질에 아사다가 먼저 적응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게다가 현지 훈련에서 아사다는 비장의 무기인 트리플 악셀을 대부분 성공했다.

 하지만 아사다가 단체전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질 위기에 몰렸다. 일본 언론은 “아사다의 다음 경기에 불안감이 생겼다”(닛칸스포츠), “아사다가 올림픽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스포니치)고 보도했다.

 아사다 직전에 연기를 펼친 리프니츠카야의 기세가 무서웠다. 그의 쇼트프로그램 난이도(기본점 31.93점)는 김연아의 연기(기본점 32.03점) 못지않다. 꽤 어려운 연기를 리프니츠카야는 실수 없이 해냈다. 러시아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기술점수(TES) 39.39점, 예술점수(PCS) 33.51점으로 총 72.90점을 받아 출전 선수 10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리프니츠카야를 향한 박수와 함성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아사다가 흔들리는 바람에 두 선수는 더욱 대비됐다.

 폭스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찾은 미국의 피겨 전설 미셸 콴(34)은 대회 직전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의 우승 가능성이 높다. 리프니츠카야는 아직 어려서 힘든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리프니츠카야는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오히려 즐기는 듯했다.

 리프니츠카야는 지난달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리 합계 209.72점을 받아 국제빙상연맹(ISU) 여자 피겨 공식대회 사상 네 번째 고득점을 올렸다. 이번 시즌 ISU 공식대회 최고점자이자 역대 1~3위 기록자인 김연아 바로 뒤에 있는 선수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리프니츠카야는 강심장도 갖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소치=김식 기자
[사진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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