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봉호 갈 때 조총련계 최·봉모 안내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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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통령 저격범 문세광은 대판항에 정박중인 만경봉호에 오를 때 조총련계의 열성분자인 최모 봉모 등 2명의 안내를 받았으며 만경봉호 위 식당에서 「강사」로 불리는 북괴 공작지도원 정모로부터 지령을 받았다고 검찰의 구류심문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4일의 구류심문에 이어 25일 하오 3시부터 서울구치소에 출장, 밤 10시까지 문에 대한 2차 진술조서를 받았다.
24일 하오 검찰에 송치된 문세광은 정치근 부장검사·김형수 두 검사의 조사에서 당초 김호룡이 직접 만경봉호에 안내했었다는 진술을 뒤엎고 새로 이 두 사람의 안내인이 있었음을 밝혔다.
문은 동경에 있는 적부동 병원에서 1개월 동안의 학습을 마친 뒤 박 대통령 암살결심을 굳히고 있던 때인 5월 3일 하오 김호룡으로부터 『내일(5월 4일) 하오 8시 대판항에 정박중인 만경봉호에 승선하라』는 지령을 받아 김과 같이 가는 줄 알았으나 약속시간 직전에 김으로부터 자신은 감기 때문에 가지 못하여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낸다는 전화연락이 있었다는 것이다.
5월 4일 밤 8시 문이 집에 있던 중 약 30세 가량의 조총련 생야 서지부 맹원 2명이 「크라운」차를 몰고 와 그들과 같이 대판항에 도착, 만경봉호 승선절차를 밟느라 「카드」에 이름을 적는 것을 보니 최모, 봉모였다는 것이다.
문은 승선 후 자신을 안내한 2명이 40대의 앞머리가 벗겨진 남자방에까지 데려갔는데 당시 안내원 2명이 정모라는 그 사람에게 「강사님」 「강사님」하며 몹시 굽실거렸던 것으로 보아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필·이후락씨 등|유력자인줄 알았다>
문은 또 지난 7월 18일 대판부경 산하 고진파출소에 들어가 2자루의 권총을 훔칠 때 고무장갑을 끼었기 때문에 장문이나 지문을 남기지 않았으며 현장에 남겨진 구두(문의 발의 크기보다 5cm작은 것으로 밝혀졌음)는 도난사건에 따른 일본 경찰수사에 혼선을 일으키도록 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구두창이 닳고 발에 맞지 않는 작은 구두를 신고 갔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은 박 대통령 저격범행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자신은 장내에서 경비원들의 총에 반드시 사살될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은 이 밖에 범행동기 등에 언급, 『박 대통령이외에 한국 안에 김종필·이후락씨 등 실력자가 많다는 소문을 들었으나 박대통령만 제거하면 나라가 무너지고 빠른 시일 안에 공산화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히고 김호룡으로부터 범행 후 자살하라는 지시를 받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도망갈 수 있었다면|불 대사관 망명계획>
문은 『저격 후 도피할 기회가 있었으면 어떻게 하려 했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불란서 대사관에나 망명피신, 망명요청을 할 심산이었다』고 말했다.
문은 5시간의 구류심문을 끝낼 즈음 『지금의 심정은 어떠냐』고 묻자 『「미시마·유끼오」(삼도유기부)처럼 할복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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