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 봉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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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플레」때문에 봉급에 물가 상승을 「슬라이드」시키는 물가임금지수제가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다. 「인플레」 아래서 가장 손해를 보는 계층은 정액 봉급자다. 기업가나 상인에게는 물가 상승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시설이나 제품재고의 값이 자연히 올라 큰 피해가 없지만 봉급자에겐 그런 재산이 없다.
유일한 소득인 봉급은 물가 상승률만큼 실질 구매력이 감소한다.
또 임금상승은 항상 물가 상승에 뒤떨어지기 마련이다. 먼저 물가가 오르고 그 뒤를 이어 임금이 오를 때까지의 사이엔 봉급자가 특히 심한 곤란을 받는다.
또 봉급자의 봉급이 물가 상승에 따라 올라도 소득세면에서 그만큼 손해를 본다. 가령 물가가 50%올라 월 5만 원짜리 봉급이 월 7만 5천 원으로 인상되는 경우 월 7만 5천 원의 실질구매력은 종전 5만원과 같지만 세금은 훨씬 많이 부담해야한다.
현 갑종근로소득세율을 보더라도 월 5만원은 면세지만 7만 5천 원은 4천 5백 85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따라서 「인플레」시기에 있어선 면세점의 최저한도 자동적으로 인상돼야 한다. 면세점뿐만 아니라 소득세율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높아지면 누진세율에 의해 세 부담도 가중되는 데 물가 상승에 의해 실질소득은 변함없이 명목소득만 높아져 봉급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봉급자의 실질소득 감소를 「커버」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 물가임금지수제다. 이는 임금을 물가 상승에 비례하여 자동적으로 올린다는 제도다.
물가가 10%오르면 임금도 그만큼 올려 임금의 실질구매력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벨기에」등 EC제국에선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 온 것인데 최근의 물가 광란 때문에 그 보급이 더욱 확산되고있다.,
미국에서도 5천만명의 노조원이 단체계약에서 물가 「슬라이드」제의 적용을 보장받고 있다.
또 「이탈리아」 「브라질」 「이스라엘」등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이미 채택하고 있다. 물가 「슬라이드」제를 봉급뿐만 아니라 은행금리·보험금·연금·사회보장지급액까지 확대시키는 방안도 이미 시도되고 있다.
「모니터리·컬렉션」(Monetary Collection) 혹은 「인덱세이션」(Indexation)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인플레」에서 생기는 여러 소득 불공평과 경제적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것인데 물가 상승률에 따라 임금·금리·보험금 등도 그만큼 높여 실질가치를 항상 유지해준다는 것이다.
「인플레」시기엔 예금이나 사채 등을 사는 것보다 부동산 투자나 환물 투기가 유리하여 그 쪽으로 돈이 몰리는데 물가 「슬라이드」제를 실시하여 일정금리 외에 물가 상승률 분을 추가로 보장하면 부동산투자 등을 다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물가 「슬라이드」제는 「브라질」에서 가장 대담히 시행하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물가 「슬라이드」는 물론 정액 소득자를 보호한다는 이상이나 그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최근의 물가 상승은 식량 등 식료품과 석유 값의 상승에 주도된 것인데 나타난 물가 상승을 기준으로 임금을 올리면 식료품·석유에 대해 지출비율이 낮은 사람에겐 과잉구제가 된다는 것이다.
또 물가 상승에 따라 임금을 올리면 이른바 물가와 임금의 악순환을 초래하여 물가 상승을 가속시킨다는 것이다.
또 소득세 「인덱세이션」은 「인플레」시기에 자동적으로 세금을 많이 거둬 총수요를 억제시키는 기능이 말살되므로 물가 억제가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떻든 「인플레」시기엔 당장 정액소득자의 실질소득을 보호, 기본 생활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정치, 사회적 배려 때문에 물가「 슬라이드」제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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