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 전당대회에의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신민당이 오는 22일 갖게되는 전당대회는 우리의 지대한 관심사다. 이는 신민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가진 이 나라 유일의 야당이며 새 당수를 뽑는 이상의 의미를 이번 대회에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한마디로 진산 시대의 폐풍과 분열을 넘어서 뚜렷한 구심점을 마련하고 새 질서 속에 뭉쳐 「야당부재」로 일컬어지는 현상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데 그 뜻이 있다. 국민은 무기력과 침체의 대명사처럼 된 야당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에 비해 대회 전야까지도 당내흐름이 불안정하다는데서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신민당은 진산 이후부터 대회까지 1백여 일 동안 새 구심점을 물색해 왔다. 그럼에도 당수경쟁은 5명이 난립, 드러낸 분열상을 정돈하지 못했다.
이리하여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대세를 형성치 못한 혼미상태 그대로 대회에 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미 때문에 당 일부에서는 당내에는 7개이상의 파벌에 현존해 있고, 이들 파벌을 통합 조정할 인물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대회전망을 비관하고 있다고 들린다.
여기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신민당은 현재 있는 그대로에서 구심점을 찾아 대열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내 구심점이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구심점을 찾는 노력을 외면한 당원 모두의 책임일 수밖에 안 된다. 적어도 경쟁이 활발히 진행돼온 1백여 일은 당원들이 당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믿어 대회장에서라도 대세를 형성하는 정치력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하고자 한다.
우리는 그 동안 당권경쟁을 주시해왔다. 예기치 못한 당수의 별세, 그리고 선거기간의 장기화 탓도 있겠지만 몇 가지 현상이 두드러진다. 전례없던 당수경쟁자의 지방순회는 경쟁을 양성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치더라도 금품이 난무했다느니 인신공격이 섞이고 심지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특정인에 대한 비방문이 배포되고 있다는 것은 대회분위기는 물론 대회후의 단합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데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야당의 오늘이 어떠하건, 그래도 오랜 기간 고된 시련을 넘어 야당의 명맥을 지켜온 야당인의 의지가 이러한 잡음을 극복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격려하고자 한다.
우리는 신민당 전당대회의 7백 40명 대의원들이 자금살포나 비방에 휘둘림이 없이 이번 대회가 지닌 막중한 의미를 자각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한다. 적어도 어렵고 험난할 지금부터의 야당의 길을 개척해야겠다는 사명의식을 갖는다면 계파나 돈에 구애됨이 없이 지도자를 선출, 야당 내부의 참된 흐름을 구현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리라 믿는다.
경쟁 당사자들도 마무리를 짓는 득표운동에서 「페어·플레이」자세를 보이고 대회결과에 승복할 마음의 준비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경쟁과정의 잡음에서 우려되는 것은 대회의 유산이다. 우리는 이번 대회가 공정한 투표를 통해 새 당수를 선출할 수 있어야한다고 믿고 있다. 신민당 당규에도 3차 결선투표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2차까지도 당수선출에 실패하면 유회전술이 나와 대회가 혼란에 빠질 우려도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물론 분열과 혼미의 당을 정돈하기 위해선 2차까지엔 대세를 이끌어내는 역량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서 당수선출을 포기한다는 것은 혼미의 수습이 아니라 더 큰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는 비극이 될 것이다. 과열경쟁의식으로 퇴장 등 기권전술을 자행하는 일없이 승복할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한 양식을 발휘할 것을 당부한다. .
오늘의 내외여건은 신민당이 대열정비를 늦춰도 좋으리만큼 한가롭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신민당은 당원과 당 지도부간에 일체감을 되살려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민주정당으로서의 자세를 정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서있고 민주적이고 표의 결과에 승복하는 대회를 치름으로써 야당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역량을 과시해 모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