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쌍용차 ‘기획 부도’ 진실 밝힐 차례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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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호 02면

쌍용차의 회계조작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될 방침이라고 한다. 2009년 해직된 노동자 중 153명이 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당시 해고는 무효”라는 서울고법의 지난 7일 판결이 계기가 됐다. 법원은 쌍용차 해고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쌍용차가 2008년 작성한 재무제표에서 손실 부분이 과다하게 계상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대폭 인원 감축의 근거로 삼은 회계법인의 2008년 감사보고서가 왜곡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新)차종의 미래 현금비율을 모두 0원으로 산정하고, 구(舊)차종에 대한 매출을 과소 계산하는 등 보고서 자체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부채비율을 부풀린 의혹이 있다는 노조 측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지난해 1월 쌍용차의 회계조작 여부에 대한 수사를 보류해 왔던 검찰도 다시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당시 검찰은 쌍용차 경영진의 회계 조작 의혹 고발 사건과 관련해 “해고 무효소송의 항소심 재판부가 회계자료 조작 여부에 대한 감정에 들어간 상황에서 굳이 검찰이 같은 내용을 수사할 필요가 없다”면서 잠정적인 수사 중단을 선언했었다. 13개월 만에 검찰 수사가 다시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국민들은 검찰 수사가 그동안 꾸준히 의혹이 제기됐던 쌍용차의 ‘기획 부도’ 여부를 가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가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했던 것은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이를 근거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면 경영인으로서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를 넘어 불법적인 행위다.

 특히 쌍용차 사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사례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2009년 사측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980명을 정리해고하려 하자 공장점거 파업으로 맞섰다. 경찰의 진압작전이 전개되면서 갈등의 불씨가 점화됐다. 이후 462명이 무급휴직, 353명이 희망퇴직, 165명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그 뒤 노조는 송전탑 고공농성, 시청 앞 천막 농성 등을 해 왔다. 이 기간에 관련자 24명이 숨지면서 쌍용차 사태는 우리 사회의 반목과 대립의 상징처럼 비쳤다.

 “1700여 일간의 사회적 냉대를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사법부와 검찰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한 노조원의 하소연을 검찰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갈등의 조정자이기보다는 진원지’라는 냉소를 받아왔던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 등 검찰 간부들도 필요하다면 수사팀을 증원해서라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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