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파 증서의 생생한 산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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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피카소」의 작품이 그의 사후 1년4개월만에 우리 나리에서 처음으로 전시되고 있다. 하기는 사후 처음은 고사하고 그의 작품을 실지로 우리가 대할 수 있는 기회란 사실 우리의 처지로서는 생존·사후를 가릴 것 없이 그렇게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못된다. 또 이와같은 사경은 비단 「피카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필 「피카소」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더 많은 해외 거장들의 작품의 원화와 자주 접할 자리를 마련해야하는 것이다.
서울에서의 이번 「피카소」특별 전은 우선 20세기 거장중의 거장으로 알려진 그의 작품 전을 기획·실현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일단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욕심을 부리자면 한이 없기는 하겠으나 우리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유화·판화·도자기, 그리고 「타피스리」대작 1점까지 곁들인 이번 전람회는 하나의 독립된 「피카소」전으로서 손색없는 알찬 수준의 것이라 할 것이다.
유화 10점은 모두가 비교적 작은 호수의 것이기는 하나 1912년의 입체파 시대의 두 작품을 비롯하여 연대적으로도 1920년대·30년대·40년대, 그리고 만년기에 속하는 60년대의 작품들을 골고루 「커버」하고 있어 이들 각 시기의 양식적 특성을 살피는데 큰 시사를 던져 준다. 특히 입체주의의 가장 활기 있고 정렬 적인 시기였던 1912년의 두 작품은 입체파 회화의 생생한 산 증언으로서 우리에게 특히 귀중한 선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들 유화작품과 아울러 이번 「피카소」특별전의 백미는 바로 58점에 달하는 판화들이다.
「파리」국립도서관 판화부의 소중한 「컬렉션」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이들 판화는 모두가 1958∼68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피카소」로서는 마지막으로 불태운 판화에 대한 정열의 소산물이다.
특히 이들 판화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피카소」가 새롭게 시도하고, 그리하여 그의 천재적 천분을 응결시켰다고도 볼 수 있는 일련의 다색 「리뇰륨」판화다. 「리뇰륨」판은 그 탄력 있고 유연한 「마티에르」에 의해 직설적이며 간결한 선묘와 명쾌한 색면의 통합을 십분 살리게 하고 있다. 이 「리눌륨」판화와 함께 기법적으로 고도의 숙련을 요하는 동판화에 있어서도 「피카소」는 다양한 기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동판화 특유의 음영 짙은「환타지아」를 펼쳐 놓고 있다.
그리고 그 주요 「테마」는 『화가와 「모델」』 그 「테마」는 「피카소」에게 있어 창조에 대한 영원한 물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 도자기와 「타피스리」 사실 「피카소」예술이 걸친 그 거창한 영역과 그 다양함 앞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바람직한 이해의 방법은 아마도 직접 그의 작품과 대화를 나누는 길밖에는 없으리라. <홍대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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