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확장에 전기|「8·3조치」 2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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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업재무구조의 개선과 생산·투자의 촉진면에서 보면「8·3조치」는 확실히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8·3조치는 신용질서를 초월한 기업지원조처였다. 사채가 동결되고 은행금리가 대폭 인하되었으며 각종 조세상의 특전도 아낌없이 베풀어졌다. 72년 8·3당시 불황의 밑바닥에서 집단도산 직전에 있던 기업들을 기사회생시키기 위한 충격요법이었다.

<기업혜택 연1천억>
8·3조치는 기업재무저조의 개선을 실마리로 성장추진력회복과 「인플레」악순환의 단절, 물가·환율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논리에서 단행되었다.
8·3조치에 의해 기업에 돌아간 혜택은 연간 1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채조정으로 4백80억원, 대환으로 1백65억원, 금리인하로 3백80억원 등이다.
8·3조치에 의해 기업이 파격적 지원을 입은데다 때마침 세계경기도 72년 가을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여 국내경제는 불황의 밑바닥에서 73년의 사상 유례없는 과열경기를 만끽했던 것이다. 생산과 투자는 오히려 너무 촉진되어 초과수요와 경제과열의 부작용이 우려될 정도였다.
이 통에 기업재무구조는 크게 좋아지고 이자율도 호전됐다. 확실히 8·3조치는 기업재생에 큰 기여를 했지만 무차별적 지원을 함으로써 전반적인 기업체질강화의 좋은「찬스」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있다.
8·3조치에 의한 파격적인 기업지원은 기업회생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고 그 혜택을 국민모두에 돌리자는 것이었다.

<동결사채 79년 완불>
연3%의 물가안정약동·기업공개정책 등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유재산인 사채의 동결도 국민의 기업을 우선 살려놓고 보자는 데서 명분을 찾고 또 설득했던 것이다.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역시 마찬가지. 기업은 73년 중에 폭발적인 호경기를 뒤집어썼다.
그런데 조정사채의 기한전 변제는 2백92억원 뿐이었다. 신고·동결된 조정사채3천4백56억원중 최근 현재 소액사채로 해결된 것이 7백67억원, 출자전환으로 9백11억원, 기한전 변제로 2백92억원이 해결되어 아직 1천4백86억원의 사채가 묶여있는 셈이다. 75년 현재 남아있는 사채는 75년 5백1억원, 76년 3백16억원 등으로 연차 상환되어 79년에 가서나 완불될 것이다 당초 8·3조치에 의해 사채를 동결하고 금리를 월1.35%(연16.2%)로 규제할 땐 물가를 3%로 안정시킨다는 전제 아래였다.

<억울한 사채권자도>
그러나 수입「인플레」라는 어쩔 수 없는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물가는 금년 상반기만도 31.3%가 올랐다. 때문에 사채권자가 너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느냐 하는 논의가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채동결과 실질가치의 급락과 중산층 보호와도 관련해서 고려되어야할 문제인 것 같다.
8·3조치에 의한 파격적인 기업지원을 사회에 다시 환원시키기 위하여 가격동결·주식공개정책 등이 강행되었다 1천억원 이상의 혜택으로는 기업가격인상을 얼마나 자제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국제「인플레」에 한번 휩쓸리자 연쇄적인 가격인상파동이 일어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8·3조치이래 금년 6월말까지 도매물가는 52.8%, 소비자물가는23.4%가 올랐다. 수입상품가격은 75.6%가 급승했다. 국내적인 조처만으로 「인플레」악순환의 단절이 불가능함을 실증한 것이다.

<수출부진으로 고경>
주식공개를 통한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은 현재 거창한 주식공개정책을 통해 추진중이지만 확실히 아직까지는 큰 실속이 있었다고 공감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작년「프리미엄」을 높이 붙인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본 실정이다.
8·3이내 금년5월말까지 생산지수는 81.0%가 신장 8·3후 생산과 투자가 크게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것이 73년의 폭발적인 수출증가와 고도성장의 바탕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73년의 과잉투자로 시설이 크게 확장되었는데 최근 들어 수출부진으로 수요가 모자라 기업들이 또 한번 곤경에 허덕이고 있다.
그 위에 해외경기의 부진은 수출주도의 한국경제에 심한 경기후퇴를 초래, 초기단계의 불황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만약 이것이 장기화되면 또 한번 획기적인 경기회복책이 필요할지 모른다. 「8·3조치」는 극한경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극약요법이었고 이것이 즉효를 나타내긴 했으나 경제엔 자주 써도 안되고 또 쓸 수도 없는 비상수단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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