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콩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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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런던=박중희 특파원】요즘 「런던」에서는「콩코드」가 되살아날 것 같다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콩코드」는 영·불 합작으로 개발해 온 초음속 여객기로서 이 비행기가 다시 살아난다 운운하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콩코드」가 거의 죽어 있다시피 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애당초부터 여러 가지 말썽이 따라다니고 있는「콩코드」개발문제는 앞으로도 엄청난 경비가 소요되는데 비해서 판매수지의 전망이 밝지 못해 결국 영국정부는 이 개발계획을 포기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게 나돌았던 것이다. 실상 이 개발계획의 포기를 요구하는 소리는 각계 각층에서 적지 않게 들려 왔었다. 사람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던 이른바 초음속 여행시대가 가까운 장래에 막을 올릴 가능성도 다분히 비관 시 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알려진 바에 의하면 영국정부는「콩코드」개발계획을 중단하지 않고 앞으로 3년 동안 적어도 16대의 「콩코드」를 만들어 낼 것을 승인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곳의 「데일리·텔리그래프」·「가디언」등 유력 지들은 영국정부가 7월 초순까지 이와 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된다면「콩코드」여객기는 앞으로 2년 내에 영국「브리티쉬·에어웨이」, 그리고 「프랑스」의「에어·프랑스」정기항로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콩코드」가 영·불 중요 항공사 정기항로에 취 역하게 된다면 세계의 다른 항공사들도 경쟁 상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콩코드」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측의 중요한 판단이자 기대가 되고 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대망의 초음속여행시대도 열리게 되고 세계 어느 구석이건 간에 거의 반나절이면 갈수 있는 거리로 좁혀지게 된다.
「콩코드」의 속도는 시속1천3백「마일」로 음속의 거의 배가되는 속도로 날게 된다. 최근「콩코드」는「파리」∼「보스턴」간을 3시간8분만에 날아서 대서양횡단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런던」과 서울사이도 8시간, 그러니까 서울에서 점심을 먹고 떠나서「런던」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로 서로 좁아지게 된다.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영국정부가 이번「콩코드」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지금 이 단계에서 개발계획을 중단하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기에는 지금까지의 투자가 너무나 방대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영국 측이「콩코드」계획에 사용한 금액만도 5억「파운드」(우리나라 돈으로 약 5천억 원)라는 액수에 달하며「프랑스」측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이 초음속 비행기는 지금까지 10억6천5백만「파운드」라는 엄청난 금액을 삼킨 셈이다.
그리고 지금 영국의「콩코드」개발사업에는 적어도 2만1천여 명의 종업원과 그들 가족들의 생계가 매달려 있다는 것도 노동당정부로서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이에 못지 않게 영국이나「프랑스」다같이 이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개방에 국가적 위신을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콩코드」한대 값이 2천3백만「파운드」(우리나라 돈으로 약 2백30억 원)로 16대를 더 만들게 되면 영국이 투자하는 돈은 7천억 원이 된다는 계산이다.
그까짓 몇 시간 더 빨리 여행하자고 이와 같은 방대한 예산을 써서 마땅한 일인가 하는 소리도 없지 않다. 돈을 더 긴요한 곳에 쓸 수 있지 않느냐는 말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편 머지않아 세계의 어느 곳이건 반나절이면 갈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기대를 부풀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으며 그것은 또한 하나의 진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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