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세력 균형면서 본 「한국분단」|요한·갈퉁 교수(오슬로대) 국제연 세미나서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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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국제관계연구소(소장 최종기)가 주최하는 제7차 국제학술회의가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서울「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다. 『동아세아의 평화모색=대결의 대안』이란 논제를 5개 의제별로 나누어 토론하게될 이번 학술회의에는「앨런·화이팅」(미·「미시건」대), 「윌리엄·세이웰」(가·「터론토」대), 「요한·갈퉁」(「노르웨이」·「오슬로」대)교수와 「크리스트퍼·벨트람」박사(영·국제전략문제연구소장), 「미셸·타튀」(불·「르·몽드」지 외신부장)씨 등 국외학자 13명과 국내학자 34명 등이 참가한다. 다음은 「노르웨이」「오슬로」대학 국제평화연구소장인 「요한·갈퉁」교수의 『상이한 체제간의 평화모색』에 대한 발표논문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한국은 EC를 제외한 현 세계 4대강국 모두에 노출되어있다는 특이한 입장에 처해있다.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이 강대국체제에 일고있는 다극화추세는 「두개의 국가」보다는 「한 개의 민족」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왔다.
그러나 이점에 관해 사회현상의 변증법적 성격을 강조하는 의미의 경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다극화현상이 통일운동을 촉발하는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강대국들은 분단상태의 한국이 휴전선에서의 충돌이나 분단상태의 기타 「메커니즘」등을 통해 분쟁요인을 제공함으로써 양극화현상을 재발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품고있다.
둘째, 한국인들 자신도 그들(강대국)이 서로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가 싸울 이유가 어디 있는가? 라고 자문하고있다.
또 남북한이 각각 두 개의 외부세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음으로써 초래되는 모순과 양면성을 갖고있는 점을 둘 수 있다. 이 양대 세력은 남북한 내에 각기 그들의 교두보와 충실한「엘리트」를 확보하고 있다. 이「엘리트」들은 남북한간에 어느 정도 중복되는 계층이지만 완전히 그렇지 않다.
즉 남한에 있어서 일본의 영향을 받은「엘리트」와 미국의 영향을 받은「엘리트」와는 분명히 특수한 세대차가 있으며 북한에서도 아마 비슷한 현상이 있을 것이다. 일정한 냉전상황에서는 양대 세력이 조화를 이루고있기 때문에 이들 두「엘리트」집단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겠지만, 중공-소련의 갈등과 미-일의 점증하는 대결과 같은 부조화가 일어나면 문제가 된다.
한반도의 상황을 결정하는데 절대적인 장래 국제체제는 어떤 것일까?
대개「데탕트」흑은 다극화를 운위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탈냉전의 과정이지 적극적인 지향성은 갖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 강대국체제의 장래는 다음과 같은 4개의 가능성을 안고있다.
첫째는 강대국 제휴다. 강대국들은 원칙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그들간의「합의」에 따라 행동하는 상태.
둘째는 다극화체제로 강대국들이 모두 서로 경쟁하는 상태.
셋째는 양극화로의 복귀인데 이것은 냉전노선으로 다시 퇴화하는 상태.
넷째는 「아시아」와 「유럽」을 기준으로 새로운 양극화를 이루는 상태 등이다.
그러면 이러한 4개의 대안 속에서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의 문제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네 번째의 대안이 비교적 덜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의 강대국제휴는 이들간의 전횡을 의미한다. 남북한이 그들의 운명이 이들 강대국간에서 결정지어지는 것을 회피하는 것도 이와 같은 강대국의 전횡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상호간의 접근 속도를 강대국관계변화의 속도와 맞게 조절해야만 한다. 강대국들이 깊이 있는 「데탕트」를 이루기전에 남북한은 어느 정도의 기정사실화 된 관계개선을 강대국에 제시해야되며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미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너무 앞질러 이곳 세력균형을 깨뜨려서도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정치적인 감수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고 강대국문제에 대한 한국전문가들의 중지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진정한 다극체제가 성립되면 한국은 4대강국의 경쟁사이에 희생물이 될 것이다.
현재 남북한은 각각 2대강국의 경쟁에 노출되어있는데 다극세계에서는 남북한 어느 쪽도 4강국에 모두 노출되게 된다. 한국이 지리적으로 중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에 이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5천만명의 한국인은 이들 자신이 5번째 세력으로 등장하기에는 너무 약하지만 4대강국이 무관심하기에는 너무도 크다. 한국인구가 5억이든 5백만이 된다면 이런 관점에서 유리하겠지만 그것은 현실성이 없다.
양극화로의 복귀 역시 가능성도 거의 없을뿐더러 그것이 성립되면 최근의「데탕트」의 경향으로 생겨난 희망을 좌절시키고 남북 양쪽의 강경파만을 즐겁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소에 대한 약간의 적대감을 바탕으로 한 중공-일본의 우호와는 신형의 양극체제를 생각해 봄직하다. 이러한 체제아래서 한국에 대한 위협은 일본-중공에 의한 지배라는 유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한국-중공의 삼각 우호관계에서 동북아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가능성 또한 상당하다. 이런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국은 저력을 쌓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한국은 중공-일본의 관계개선에 적응함으로써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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