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소독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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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름철 전염병이 우려되고 있는 터에 소독저라고 하는 나무젓가락이 소독은 커녕 쓰레기더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른바「소독저」가 그 이름과 같이 소독된 것으로 알고 매일 사용하고 있는데 소독은커녕 세척도 되지 않았다고 하니 전염병의 병균 매개체를 날마다 입에 넣고 있는 결과가 된 셈이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물수건·젓가락 위생 처리업 시설기준을 두어 작업장에는 세척시설·살균시설·건조시설·포장시설 등이 있어야 하며 독립된 시설이어야 한다고 강제규정을 두고있다. 그런데도 현재 이 규칙에 따른 시설을 갖추어 관할 보건소의 젓가락 위생 처리업 허가를 얻은 곳은 9개소 뿐이요, 허가 없이 제조하고 있는 곳이 42개소나 된다고 한다.
보건소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과연 모르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허가 제조업소가 전체업소의 82.4%나 되는데도 행정지도를 하지 않고 규칙에 규정된 시설을 외면하여왔다.
살균시설·건조시설·포장시설 등에는 살균소독에 필요한 기계류 및 설비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저분한 개울물에서 씻고는 멍석을 깔고 먼지 속에서 말리고 있다고 하니 관계 업자들도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업자들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른 허가 없이 산림법 시행령에 따른 허가만 얻어 젓가락을 만들어서 「소독저」라고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일종의 사기행위로 엄중히 처벌되어 마땅한 일이다.
소독하지도 않으면서 소독저라고 쓰고있는 것은 표시 위반이요, 국민들의 보건을 해치는 일이 아니겠는가. 또 도나 시가 산림법 시행령 18조에 따라 젓가락 제조허가를 내주면서 보건소와 상의하지 않고 위생저 시설유무도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없다. 버드나무로 젓가락 만드는 목적이 위생저를 만들기 위한 것이 자명한 이상 산림관계 부서는 모두 관계 부서와 협의를 한 뒤 시설을 확인하고 허가해 주었어야만 했을 것이다.
여름철을 맞아 물수건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때로는 생선회까지 판금 하면서 소독저에 대해서만 무관심하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제라도 위생저 제조시설이 없는 업소에 대해서는 제조를 금지하고, 무허 제조품을 수거하여 열처리 등을 함으로써 살균케 해야 할 것이다.
소독저 문제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은 표시의 진실성이다. 의약품이나 식료품 등에 과대표시가 많아 이를 규제하면서 소독되지도 않은 젓가락을 소독저 또는 위생저로 포장해서 파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밖에도 여관·「호텔」 등이 유리병 등을 소독하지도 않으면서 소독한 것으로 표시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도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얘기가 나온 김이니 말이지, 대나무 젓가락의 재사용도 문제다. 대나무 젓가락이 대개 세균이 많은 행주로 닦여진 뒤 사용됨으로써 세균의 온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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