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C안의 절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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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설>중앙은행의 보유금을 국제 대차의 담보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금폐화를 꾸준히 주장해온 미국안과 보유 금의 활용을 추진하고있는 EC안과의 절충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조처의 직접적인 동기는 국제수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담보가 없어 추가 차입의 길이 막혀있는 「이탈리아」등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온스」당 42·22「달러」로 묶여있는 중앙은행 보유 금을 「온스」당 1백 50「달러」선의 특가로 담보로 넣을 수 있게 하면 차입한도는 그만큼 늘어난다.
이는 결국 국제유동성의 증가를 의미할 것이다. 만약 국제간 대차가 결제 안되면 금은 차주국에 시가로 넘어간다. 여기서 바로 금가 현실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시가로 보유 금을 거래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금의 복위라고는 보기 어렵다.
보유 금의 대차용 담보사용이 결국 어떤 방향으로 결착 되는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다. 금의 역할을 감퇴시킨다는 방향은 합의됐으나 아직 금의 장래를 어떻게 한다는 합의는 없다. 결과적으로 금가 현실화가 이루어지면 국제유동성이 증대되어 국제무역 증대엔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동성 증가 「인플레」를 자극할 우려는 있다. 금가 현실화는 소련· EC 등 금 보유가 많은 나라는 이익을 보나 주로 외화준비를 「달러」등으로 갖고있는 일본·개발도상국 등은 별 이익이 없다.
우리 나라는 금 보유가 4백 60만「달러」로서 보유고의 4·6%밖에 안되어 금가 현실화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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