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메리카』로 각광받는 작가 조해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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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0년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 『매일 죽는 사람』으로 문단에 「데뷔」한 조해일씨가 「데뷔」4년만에 펴낸 첫 창작집 『아메리카』는 70년대 작가의 특질을 제시하면서 폭넓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능을 바탕으로 기발한 상황과 인물을 설정, 독자를 미지의 세계로 이끌고 가는 그의 작품세계는 「문학사상」지에 연재중인 첫 장편 『왕십리』에 이르러 더욱 완숙한 경지를 보인다. 이 시대의 작가로서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쓰는가 대담을 통해 들어본다.
-70년대 작가의 공통된 특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작가를 60년대 70년대 하는 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글쎄…꼭 필요할까. 다만 같은 시대에 등장한 작가들을 한 「그룹」이므로 묶는다면 그 공통성은 역시 그 시대, 그 상황에 대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70년대 작가 군」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은 다른 시대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상황과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그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작가개인에 대한 인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작가와 인기의 함수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좋은 작가와 인기가 반드시 정비례관계에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물론 역 비례 관계에 있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하지만 되도록 많이 읽힐 수 있는 작품을 쓰고싶긴 하다.』
-많이 읽히는 작품이란 소세의 통속적 기능을 중시한 것인가, 아니면 문학적 깊이를 중시한 것인가.
『소설이 통속적 기능을 무시할 때 따르는 것은 소설이 자기 고유의 목적을 상실할지도 모를 위험 부담이다. 따라서 통속적 재미와 문학적 깊이는 똑같이 중시돼야 한다.』
-최초의 장편 『왕십리』를 그런 관점에서 보아도 좋은가.
『그것은 여지껏 내가 한번도 시도해 본적이 없는 연애소설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불수도 있을 것이다. 연애소설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한번 보여주고 싶다.』
-귀하의 작품에서는 창녀라든가 위안부 따위의 하층계급의 여성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나는 거들먹거리며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단 한줄의 글도 쓰고 싶지 않다. 나는 모욕을 당하고있는 사람들이나 제값을 못 받고 사는 사람들에게 더 깊은 연대감을 느낀다.』
-가령 젊은 독자층이 귀하의 소설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 이유 가운데 앞서의 문제도 포함돼있다고 보는가.
『나는 독자의 기호라든가 연령층 따위를 심각하게 의식한 적이 없다. 누구나 즐겨 읽는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이유야 어디 있든지 간에 젊은 독자들이 특히 즐겨 읽어 준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나의 의욕을 북돋워 줄 것이다.』
-앞으로 꼭 쓰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그 소재는‥
『이 시대의 한국 사회가 안은 여러 가지 문제를 포함한 폭넓고 건강한 작품, 가령 『왕십리』의 성과가 바탕이 되는 본격적인 연애소설을 써보고 싶다. 그 작품이 나온 뒤 독자들이「아, 이제야 우리도 진짜 연애소설 한 권을 갖게 됐구나」하고 자랑스러워할 그런 연애소설 말이다.』 <정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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