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플레」의 세계적 영향-「하벌러」미 교수가 밝힌 그 대비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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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필자 「고트프리트·하벌러」교수는 1900년 「오스트리아」에서 출생, 미 「하버드」대학교수로 봉직하기 전까지 「빈」대 교수로 있었다. 71년 「하버드」대를 떠난 후 「워싱턴」의 미 기업 공공정책 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활동중이다. 여기에 소개할, 글도 이 연구소에서 출판한 것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주>
흔히들 미국의 「인플레」가 바로 세계「인플레」의 원흉이라고들 말한다. 사실 각국의 통화가 「달러」화와 고정환율에 묶여 있을 경우 미국의 「인플레」가 다른 나라에 수출되는 것은 막을 길이 없다.
한데 미국의 「인플레」는 국내정책에 의해 야기되거나 해결되는 것이다. 물론 국제수지와 「달러」평가도 「인플레」의 주요 원인이긴 하지만 국내정책의 영향력에 비하면 지극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인플레」가 다른 나라에 파급되는 것을 막자면 「페리티」의 수정내지 유동환율체제를 택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미국의 「인플레」가 다른 나라에까지 확산된다고 해서 세계 각국의 「인플레」책임을 미국에 돌릴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인플레」가 극심한 나라들을 살펴보면 「달러」화의 악영향 보다 자체의 모순이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달러」화의 「인플레」수출은 상대방이 자신의 통화가치를 절하할 때도 자동적으로 완화된다.
예컨대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평가절하를 통한 수출진흥을 도모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어떤 정부가 미국에 대해 「인플레」수출을 항의하자면 국내 통화 공급이 외환 보유와 비슷한 「템포」로 늘어났고 국제수지에 적자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 생각엔 이것은 너무 억지인 것 같다. 「인플레」가 화폐 공급량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은 사실이나 물가란 국경을 사이에 두고도 교호작용을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EC(가주공동체)처럼 재화의 유통이 자유스러울수록 이와같은 「인플레」전도성은 더욱 높아진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환율의 조정에 의해 「인플레」수출은 예방될 수 있다.
만약 GNP의 수입의존도가 아주 낮은 나라라면 공개시장 조작으로 통화환수를 함으로써 수입형 「인플레」는 간단히 퇴치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과 같은 「아우타르키」형 경제대국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수출주도형의 경제소국이 이와같은 방법으로 저항했다가는 단박 파멸을 맞을게 뻔하다.
따라서 나는 「인플레」의 요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유동환율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흔히 「인플레」얘기가 나오면 물가상승을 「제로」내지 마이너스 상승이 이상형인 듯이 착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큰 잘못이다.
일본의 경우 50년도의 소비자 물가지수를 1백이라고 할 때 70년 초의 지수는 1백 93·3에 달했다.
한편 같은 기간에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1백 41·4로 부풀었을 뿐이다.
한데 일본의 도하물가지수는 불과 1백 14·1, 수출 가격지수는 오히려 94·8(50년·100)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은 1백 25·3 및 1백29·6으로 높은 상승율을 보였던 것이다.
이 경우 「인플레」여부를 소비자 물가로 판정한다면 일본의 전후발전은 완전히 수수께끼로 된다. 그러나 원래 생산성의 향상 「템포」가 빠를 때는 소비자 물가지수와 도매물가·수출가격지수의 격차가 그만큼 벌어진다.
그러므로 「인플레」(소비자 물가의 앙등)를 무조건 사갈시 하는 것도 생각해불 문제이다. 적어도 생산성의 향상만 보장된다면 이것은 경제발전의 필요악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 물가지수와 수입가격 지수비율의 이와같은 격차가 국제경제, 특히 「인플레」의 전파와 어떤 관계를 갖는가에 있다.
만약 일본이 「달러」화와의 고정환율을 지키면서 국제수지의 균형을 취했던들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 율과 일본·서독의 그것은 비슷한 수준으로 변동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미국의 낮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일본이나 서독에서 몇 배의 진폭으로 나타나는 것은 국제수지 흑자가 「인플레」저도 승수로 작용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점은 앞으로 국제통화제도 개혁에서도 깊은 성찰이 있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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