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자원 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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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원공급의 제약을 염려하지 않고 오로지 생산력의 확충에만 열중하던 세계경제는 이제 본질적으로 자원에 대한 가정을 바꿔야 하게 되었으며 어쩌면 경제구조 및 체질까지도 바꿔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인지도 모른다. 선진국이 항상적인 물자부족상태인 전시경제체제로 영원히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토인비」박사가 예언한 것도 자원문제의 깊이를 실감한 지적임을 상기할 때 자원문제가 파생시킬 갈등과 분쟁은 앞으로 그 전도를 예측하기조차 어려 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뜻에서 현재 개최 중인 「유엔」자원특별총회는 특별한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자원 문제가 이제 개별 국가의 문제를 떠나 세계적인 문제로서 다뤄져야 할 것임을 이번 총회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원의 합리적 배분과 인류복지 향상을 위한 균형 있는 사용이라는 대전제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안을「유엔」자원특별총회가 발견해야 한다는 과제는 당위이기는 해도, 현실적으로 자원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 그러한 명제의 충족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다.
우선 역사적으로 주요 자원보유국은 과거의 식민지 상태에서 해방된 지 일천한 입장에 있어 자원부족이 현저해진 이 시점에서 자원의 항구적 주권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이른바 자원수탈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독립을 하려는 의욕의 표시일 뿐만 아니라,어떤 면에서는 과거에 착취당한 손실을 고 가격으로 회수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한편 세계자원을 독점적으로 소비함으로써 자국의 번영을 구가하고 세계경제를 지배했던 주요 선진 공업국들은 자원 보유국들의 가격조작과 공급조작에 직면해서 자원가격의 공정성, 자원 배분의 안정성, 그리고 인구와 식량의 균형, 산업문명의 지탱을 위한 통상통화, 투자체제의 창설 등 현존체제의 원칙적인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자원 보유국과 오늘의 선진국 사이에 놓여 있는 이해의 대립과 충돌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어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교란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나 그 방법이 단 시일 내에 발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석유파동에서 보듯이 사태진전에 따라서, 혹은 세력 대결로, 혹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그때그때 문제해결의 방향을 찾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이며 또한 그것만이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가 평가된다. 따라서 자원과 생산력 사이에 모순이 존재하는 이상 그 갈등에 따른 파동 요인은 당분간 계속 일어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 동안의 기술 발달사는 어지간한 애로도 이를 기술 혁신으로 극복해 왔음을 증명하고 있으나 엄청난 자원 소모형의 현대 자본주의 경제가 추구하는 성장만능주의 앞에서는 기술주의에 무조건 기대할 수 없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럴진대 경제성장이 인류복지향상의 주요수단이라는 인식이 수정되어야 할 시기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자원 보유국도 아니며 선진 공업국은 더욱 아닌 우리로서는 자원문제가 일으킬지도 모를 파동 요인에 지금부터서 라도 특별히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세계 경제질서의 개편과정에서 불측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국내외적으로 충격을 흡수 할 수 있는 여유를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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