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기 사도 34년…부조리에 맞선 결백|전 경북 교육감 김주만씨 자살의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구】34년의 외줄기 사도는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주만 전 교육감의 자살이 대구 시내에 전해진 8일 상오 경북 대구시 제1지구의 부정 입시 사건에 분개하여 떠들썩했던 시민들은 아연히 핏기를 잃고 너무나 어이없게 한목숨을 끊은 스승에 대한 충격으로 옷깃을 여몄다.
김주만 전 교육감은 바로 우리가 죽인 것이 아닌가? 대구 시내 학부모, 그리고 학생과 교사들의 표정은 서로의 행위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듯 우울하다.
사건과 아무 관계없다는 것이 검찰에서도 밝혀졌는데도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데 대한 오로지 외곬의 사도는 죽음을 가져 와야만 했다.
너무나 청빈한 성격과 책임감이 죽음으로 몬 것이다.
지난 6일 하오 김 전 교육감은 책임을 지고 직위해제 됐던 관계자들을 불러 『내가 먼저 사임해야 하는데 나보다 먼저 여러분을 물러나게 해 미안하다』고 몇번이나 사과의 말을 했다.
같은 날 하오 7시쯤 외부 인사로는 김씨를 마지막으로 찾았던 대구농고 제자 박정훈씨 (경북도 농지과 농업용수 계장)는 김씨가 『수많은 제자들과 교직원들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하면서 침통한 표정에 잠겨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가 대구농고 교감으로 있을 때 제자였던 구자춘 경북지사는 『그렇게 양심적이고 순박한 분이 그렇게 쉽게 자살할 줄은 몰랐다』면서 며칠 전 그를 만나 『너무 상심하지 말고 마음을 굳게 먹고 쉬면 다시 봉사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던 일을 되새겼다.
제1지구 출제위원으로 입시 사건에 관련, 직위해제 됐던 도 교육 연구원 연구사 박을용씨는 『출제 위원들의 잘못으로 김씨가 사표를 낸 것도 가슴 아픈 일인데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으니 출제 위원의 한사람으로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까지도 두렵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번 입시 부정 사건을 수사했던 대구지검 김운태 부장 검사도 자살까지 한 것은 너무나 양심적이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김씨가 보여준 교육자로서의 양심에 존경심을 표했다.
김 전 교육감의 부인 조화자 여사는 김씨가 30년간 교육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양심을 지키고 청빈하게 살아왔다면서 이같은 생활 신조를 자녀들에게 가르쳐 아버지의 뜻을 받들게 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교육감이 됐을 때 친지·제자·선후배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을 때마다 『잘 알았어. 원칙에 따라 힘껏 봐주지』라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봐 준다는 건 말뿐이다』, 『인정이 없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원칙대로 살아가는 강직한 공직자란 말을 듣게됐다.
도 교위 직원들은 지난달 31일 고별 기 자회견 때 『주만이는 조용히 사라집니다. 더 이상 도 교위를 들먹이지 않는 것이 여러분이 내게 주는 선물입니다』라고 하던 마지막 말을 되새기며 너무나 결백했던 그였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