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영국 소년, 영하 50도 뚫고 남극점 트레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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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에 남극점을 정복해 세계 최연소 기록을 세운 루이스 클라크. [사진 BBC 캡처]

영국의 16세 소년이 트레킹으로 남극점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브리스톨에 사는 루이스 클라크가 18일(현지시간) 영하 50도의 혹한과 시속 193㎞의 강풍을 이겨내고 48일간의 탐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영국 BBC 등이 이날 전했다. 남극점까지 트레킹한 세계 최연소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05년 18세 캐나다 여학생이 세웠다.

 클라크는 지난달 2일, 16번째 생일이 막 지난 후 여정에 올랐다. 그는 3년 전 계획을 세우고 고향 해안에서 썰매를 끌 듯 타이어를 끄는 훈련을 해 왔다. 탐험 직전엔 노르웨이와 그린란드에서 집중 훈련도 받았다. 클라크가 허큘리스만(灣) 루트를 따라 남극 해안선에서 극점까지 이동한 거리는 1126㎞. 식량을 실은 썰매를 매단 채 하루 평균 8시간, 약 29㎞씩 스키를 타는 강행군이었다. 훈련으로 단련했다 해도 소년에게 극점 정복은 만만치 않았다. 높은 고도 탓에 기침이 잦아졌고 발에는 물집이 잡히기 일쑤였다. 스키가 부러지기도 했다. 동행한 이는 경험 많은 남극 가이드뿐이었다.

 정복을 마친 뒤, 극점에서 80㎞ 떨어진 곳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는 “힘들 줄은 알았지만 생각 보다 훨씬 어려웠다”며 “지난 100년간 고작 300명이 성공한 일을 내가 해냈다. 정말 근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클라크의 기록에 대해 탐험가들은 찬사를 보냈다. 영국의 전설적인 탐험가 라눌프 피네스 경(卿)은 “내게 16세 자녀가 있었다면 두려워서 (남극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위대한 성취”라고 극찬했다. 클라크와 같은 코스로 남극점을 정복한 최초의 영국인이었던 데이비드 햄플먼-애덤스 역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눈부신 성과가 남은 그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기록은 고산등반·대양횡단·극지탐험 등 극한 도전 등을 다루는 매체인 ‘익스플로러스웹(ExplorersWeb)’에 등재될 계획이다. 클라크의 가족들은 기네스 세계기록에도 등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탐험기간 중 클라크는 찰스 왕세자가 설립한 자선단체인 ‘프린스 트러스트’를 위해 2000파운드(약 350만원)가 넘는 돈을 모금했다.

 클라크는 탐험과 관련한 또 다른 기록도 갖고 있다. 열두 살이던 2010년, 친구 5명을 이끌고 영국해협을 헤엄쳐 건너 이 부문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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