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소는 솔제니친을 처벌 않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련 집단 수용소의 내막을 폭로한 수용소 군도가 발간된 지 한달-. 소련 보도 기관들이 솔제니친에 대해 반혁명분자, 반동적 배반자, 모든 인민의 적으로 몰아 세웠는가 하면 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25일 솔제니친을 그가 안락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추방하자고 한 시인 라술·감나토프의 편지를 싣기도 했다.
이같은 소련보도 기관들의 맹렬한 솔제니친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솔제니친 자신은 왜 아직 체포되거나 가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있을까?
소련 출판법에 의하면 보통 사람이 솔제니친 같은 불법출판을 하면 최고 12년의 징역을 받게 된다.
솔제니친은 성명에서「나 자신 언제라도 체포될 각오를 하고 있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 당국은 각급 기관지를 동원한 솔제니친 비난을 한 것 외에는 솔제니친을 옹호한 작가 리지아·주코후스가야 여사를 작가동맹에서 추방하는 조치 등으로 응수했을 뿐 정작 솔제니친 자신에 대한 처벌에 관해선 아직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 이유는 소련 공산당 정치국원간의 이견 때문인 것으로 서방측 업저버들은 보고있다.
이들에 의하면 솔제니친 문제에 대한 정치국원 간의 이견은 닉슨이 72년 5월 월맹 항구에 기우를 부설한 채 소련을 방문하기 직전만큼이나 심각한 것이라는 소식이다.
솔제니친 사건 같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16명의 정치국원들이 현실주의자와 이론주의자들로 각각 반분되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아직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경파 정치국원들은 솔제니친의 『반국가적 행위는 응당 의법처단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미국과의 진정한 의미의 데탕트는 가까운 장래에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론에 반대하는 정치국원들이 의외로 많다. 어떤 사람은 솔제니친을 순교자처럼 위대한 영웅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브레즈네프가 이끄는 현실주의자들은 만일 솔제니친을 처벌하면 서방측은 반드시 이 사건을 물고 늘어지면서 소련에 대해 더 큰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판단, 강경파를 설득하고 있다 한다.
국내 문제에 관한 한 대부분의 정치국원들은 강경파지만 일단 대외적인 문제가 거론되면 이 정치국원들은 상당수가 온건파로 돌아서는 것이 이제까지의 관례였다.
따라서 소련 보도기관들의 반 솔제니친 캠페인 강화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압력을 의식하는 현실주의자들이 정치국 안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어 솔제니친 처벌은 적어도 당분간은 실현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김달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