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때 번개, 일어설 때는 비바람" … 아베 신조의 '晉', 신사쿠에서 따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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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인 학당(쇼카손주쿠) 입구에 서 있는 돌비석. 메이지 유신 100주년(1968년) 기념물이다. ‘明治維新 胎動之地’(명치유신태동지지)글씨는 당시 총리 사토 에이사쿠가 썼다.

요시다 쇼인의 사생(死生)관은 강렬하다. 그는 최후의 감옥에서 수제자에게 이렇게 전수했다. “죽어서 불후(不朽)의 존재가 될 수 있으면 언제든지 죽고, 살아서 대업을 이룰 수 있으면 언제든지 살아야 한다”-.

 그 제자가 다카스기 신사쿠(高衫晋作·1839~1867)다. 대란의 시대 ‘풍운아’로 불린다. 1863년 조슈는 외국 군함과 포격전(시모노세키 간몬해협)에서 참패했다. 조슈 번주는 신사쿠를 불렀다. 군사력 재정비의 책무가 떨어졌다. 그는 군대를 재편했다.

 ‘쇼인 교육’이 혁파의 상상력으로 작동한다. ‘초망굴기(민초여 궐기하라)’다. 그 시대 전투는 사무라이의 신분 특권이었다. 평민은 칼을 찰 수 없었다. 신사쿠는 무사의 전권을 허물었다. 평민과 사무라이를 섞었다. 초망굴기의 실현이다. ‘신사쿠 기병대(奇兵隊)’가 등장했다. 말을 타는 기병(騎兵)이 아니다. 신개념의 기습 부대다.

 야마구치현 남쪽 시모노세키의 공산사(功山寺). 신사쿠 동상이 있다. ‘유신 회천(回天)의 거병지’로 기린다. 천하 형세를 바꾼 곳이다.

막말의 풍운아 다카스기 신사쿠. 쇼카 손주쿠의 간판 문하생(쌍벽)이다. ‘유신 회천의 거병지’ 동상.

 평민 병사의 사기는 충천했다. 막부군 주력은 사무라이다. 1천 기병대가 2만 막부군을 물리친다(1866년 고쿠라 전투). 막부시대의 결정적 몰락으로 이어졌다. 기병대는 국민개병제 모델이다. 일본 국민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이렇게 기억한다. “조슈는 무사와 서민이 하나가 되어 유신을 완수했다.”

 신사쿠는 폐결핵으로 숨진다(28세). 새 세상(메이지 유신)의 열매는 맛보지 못했다. 풍운아의 마지막은 비운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그를 추모했다. “움직일 때는 번개(雷電) 같고, 일어설 때는 비바람(風雨) 같다”-. 이토는 기병대 가담으로 입지를 굳혔다.

 아베 총리의 이름(신조·晋三)은 신사쿠(晋作)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安倍晋太郞·전 외무대신) 이름에도 신(晋)이 들어있다. 아베는 이면의 ‘쇼인 문하생’으로 비춰진다.

 사쿠라야마(櫻山) 신사-. 신사쿠가 죽은 병사들을 추모하려 지었다. 제사의 형식과 개념이 달랐다(초혼제). 그것은 야스쿠니 신사 초혼식의 원형이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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