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카잘스』-독재·불의에 항거한 예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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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세기 초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예술가 중의 예술가였던 음악의 거장 「파블로· 카잘스」옹의 죽음은 전세계 음악인의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핀란드」의 대 작곡가 「얀·시베리우스」는 『사상 최대의 「첼리스트」로 존경하는 「카잘스」는 비단 기교 면에서 완성에 도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대한 예술가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성을 표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기의 지휘자 「브루노·윌터」는 『「카잘스」가 우리 시대에 끼쳐 준 영향력에 대하여는 재언할 필요가 없다.
그는 현대의 「첼리스트」에게 그 악기가 가진바 무제한한 가능성에 대하여 헤아릴 수 없는, 그리고 불멸의 증거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 대 음악가의 존재야말로 예술적, 또는 도덕적 견지에서 보다 높은 인간의 목표에 도달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었다』고 말했다.
「카잘스」가 사람을 매혹시기는 비밀은 무엇일까. 그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인정된다. 그는 깊은 감정과 불변의 완전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이 사람을 매혹시키는 강력한 이유이나, 그것만 가지고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사람을 끄는 이유는 그의 인품과 타고난 인간성 때문이다.
한 예술가로서 「유엔」에서 핵실험의 중지를 호소하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연설을 함으로써 세인에게 감명을 주었다는 사실은 역사상 그 예가 없는 일일 것이다.
1958년 당시의 「유엔」사무총장 「다크·하마슬드」의 초청으로써 10월24일 세계인권선언 10주년 기념일에 그의 「첼로」연주와 더불어 평화기원의 연설이 있었던 것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그때 그의 연주는 「바흐」의 D장조 「소나타」와 「새(조)의 노래」(그의 고향의 민요)였다.
50개국 이상의 「라디오」 및 「텔레비전」으로 중계방송된 그의 연설문은 다음과 같다.
『인류 역사상 현재와 같이 전세계가 파멸에 직면하고 있는 일은 아직껏 없었습니다. 우리들의 시대에 있어서 과학의 경이적인 정복은 참으로 가공할 힘을 가진 무기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했던 것입니다.
혼란과 공포가 전세계를 휩쓸고 곡해된 민족주의와 광신, 그리고 정치에서 비롯된 독재주의, 자유와 정의의 결여 등등이 불신과 적의의 양식이 되어 세계의 위기는 나날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계속적인 핵의 실험으로 인하여 생긴 세계의 고뇌는 날이 갈수록 중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이것에 항의하는 대대적인 운동이 세계각국에 일어나기를 강력히 원하는 것입니다.
「베토벤」 제9교향곡의 「환희의 노래」는 인류애의 상징입니다.
나는 여기에 제안합니다. 그것은 「오키스트러」와 합창을 가진 전세계의 모든 도시가 같은 날이 「환희의 노래」를 연주하여 그것이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의하여 세계 방방곡곡 가장 작은 벽촌에까지 방송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전 인류가 갈망하는 평화의 기도가 될 것입니다.』 【정희석<연세대음대교수·바이얼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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