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제」결전장…유엔총회|개막 앞서 점검해 본 남북한 전략|<유엔본부=김영희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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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서 진영의 최대 이슈>
한국과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유엔」총회 개막을 앞둔 「유엔」의 분위기는 태풍전야를 방불케 한다.
「유엔」사상 최초로 북한이 참가하여 진행될 금년도 한국문제 토의는 미상불 동·서 진영이 맞붙는 최대 「이슈」로 손꼽힌다. 그래서 토의 당사국인 한국과 북한은 물론이고 양측을 지원하는 「응원단」의 관심과 열의도 비상하다.
한국과 북한은 말하자면 지금 「선수입장 이 될 준비를 완료했다. 김용식 외무장관은 14일 「워싱턴」에 도착하고 북한 「유엔」대표단 수석대표인 권민준은 12일 「뉴요크」에 도착했다. 김 장관은 「워싱턴」에서 「케네드·러쉬」미 국무차관을 비롯한 미국무성 고위관리들과 만나 마지막 의견조정을 하면서 특히 중립국 설득방법을 논의한 뒤 17일 「뉴요크」로 가서 「표를 쥔 사람들」을 찾아 「유엔」 「로비」나 「맨해턴」의 일급「호텔」방을 분주히 뛰어야 한다.

<키신저와도 전략 협의>
「뉴요크」에서 그가 해야할 일은 한국 결의안의 공동 제안국을 5내지 7개국정도 추가로 확보하고 공동 제안국을 대표하여 제안설명을 맡을 나라를 우방국들과 협의하여 확정짓는 일이다.
총회 개막을 전후하여 김 장관은 「키신저」미 국무장관을 만나 다시 한번 전략을 협의한다.
총회가 막을 올린 뒤 18일이나 19일 운영위원회가 우방의 한국결의안 및 공산 측의「알제리」결의안을 의제로 정식 채택하면 즉각 정치위원회(제1위원회) 의장인「덴마크」대표를 만나 한국문제 토의시기와 관련된 정치위원회의 사정을 설명 듣고 가능하면 한국이 원하는 시기에 토의 되도록 교섭을 벌인다. 운영위원회에서 의제로 채택된 한국문제의 두개 결의안은 총회토의에 앞서 정치위원회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지금의 사태 같아서는 정치위원회가 한국문제 토의시기 자체를 결정하는 것이 10월초가 될 것 같고 실제토의 시기는 11월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서가 대결하는 「이슈」는 뒤로 돌리는 관례 탓이다. 정치위원회는 한국문제 토의 벽두에 초청문제를 다룬다. 이번부터는 한국이 북한의 토의참가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동시 초청안의 가결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우방 측은 먼저 남북한 대표의 무조건 동시 초청을 스스로 제안, 선수를 쓸 가능성이 굳어져 가고 있다. 동시 초청안이 채택되면 북한은 외상 허담이나 그 밖의 대표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동시 가입, 총회가 권장>
실질문제 토의에 들어가서 우방 측의 한국결의안과 공산 측의 「알제리」결의안, 다시 말하면 한국의 동시가입 제안과 북한의 연방제 단일가입제안, 한국의 「유엔」군 사령부존속요구와 북한의 「유엔」사령부 해체요구가 격돌하게 된다. 한국의 4개 항목 결의안은 「언커크」해체승인을 자진제안하고 「유엔」군의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조항에서조차 「유엔」군 이라는 단어를 피하고 동시가입 역시 총회가 그것을 권장한다는 온건한 표현을 쓰는 등 부동표, 특히 중립국 포섭을 위한 타협의 흔적이 역력하다.

<김일성의 5개항 옹호>
반대로 공산 측 결의안은 작년보다 경화된 느낌이다. 이번 결의안에서는 거두절미하고 「언커크」해체, 「유엔」군사 해체, 외군 철수를 주장하고 전문에서 김일성의 5개항 선언을 옹호하고 동시가입 제의를 반대하고 있다.
동시가입은 중공과 소련의 「비토」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이유에서 한국 결의안 자체가 총회의 권장으로 그쳤고「언커크」해체는 이제 양측입장이 결과적으로 일치한다.

<외군 철수 문제가 초점>
따라서 실질문제 토의의 초점은「유엔」군사 해체와 외군 철수이다. 「유엔」군 사령부가 휴전협정 서명 당사자이므로 휴전협정의 존속을 위해서 그것을 해체할 수 없으며 「유엔」군사의 존폐는 그것을 설치키로 결의한 안보리에서만 다룰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한국측의 논거.
또 외군 철수에 대한 입장은 한층 분명해서 지금 주한 외군은 사실상 미군을 의미하는데 미군의 한국주둔은 한·미 두 나라간의 문제이지「유엔」이 간여할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북한, 중공에 의존 밀착>
반드시 주한미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아시아」의 미군 존재를 이 지역 안정의 요인으로 당분간은「필요악」이라고 인정하는 듯한 중공과 소련의 입장 역시 외군 철수를 요구하는 공산 측 주장에 일종의 쐐기를 박는다.
또 한가지 관심사는 평양-「모스크바」간의 불화설이다. 북한의 「유니버시아드」 「보이코트」, 「뉴요크」에 도착한 북한대표단의 중공대표단 의존과 밀착 같은 일련의 사태가 그런 추측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한 미국 소식통은 이번 한국문제 토의에 관한 한 그런 불화설에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혹시 북한·소련 관계가 냉각되는데서 한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장기적인 전망에서의 일이지 금년 「유엔」의 한국문제 토의나 특히 표결결과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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