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값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망측스러운 생각이기도 하지만 만약에 우리가 외국서 교통사고로 죽는다면 얼마나 보상금을 타게될는지?
지금까지의 각국의 통례는 고르지 않다. 나라에 따라 소득의 차이가 있고, 또 목숨의 값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세계 최고의 보상액은 10여년 전의 항공기사고 때 「아메리컨·에얼라인」이 한 미망인에게 지불한 97만 5천 달러인 듯 하다.
몇 해 전에 있던 영국 BOAC기의 부사산 사고 때는 유자녀들은 63만 달러 이상씩을 받았다. 약 2억 원이 넘는 돈이다.
물론 같은 비행기 사고로 똑 같은 피해를 보아도 한국인의 경우는 이처럼 많은 돈을 받기는 어렵다. 한국사람의 목숨을 아끼는 마음이 그만큼 덜하기 때문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대충 1천만 원쯤은 받는다. 그것만이라도 다행한 일이라 여길 수 밖에 없다. 최근에 있던 영동역에서의 기차사고 때 유가족에게 지불된 것은 고작 80만원이었다.
지난 18일 밤에 있었던 광진교 버스 추락사고 때 유족들의 요구액은 2백만 원 이었다. 「버스」회사와 합의를 본 금액은 1백 20만원밖에 안 된다. GNP가 오르는 만큼도 사람의 목숨 값이 따라 올라가지 못하고있는 모양이다. 노예들이 가장 흔하던 남북전쟁 직전의 미국에서의 흑인노예 값도 지금 돈으로 90만원 정도였다. 중세기 때의 농노의 값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아 1백 20만원 안팎이었다.
「그리스」민주주의의 정화는 노예들의 피눈물이 거름이 되었었다. 그 고대 희랍시대의 노예 값은 이보다 더 많았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덕천시대의 창녀 몸값도 1백만 원이 넘었었다고 학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사람의 몸값은 어느 때에나 사람의 노동력과도 비례되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아끼느냐에 달려있다.
노동력이야 어느 나라 사람이나 별로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서울의 시민이 「뉴요크」의 시민보다 몇 10분의 1밖에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또 그만큼 사람이 흔하기 때문에서 만도 아닐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비행기 사고 때에는 1천만 원쯤은 받게된다. 그러나 기차사고 때에는 1백만 원을 넘지 못한다. 기차 값이 비행기 값보다 싸다고 타는 사람의 몸값 마저 싸다고 볼 수야 없을 것이다. 그런 기차보다 버스 사고일 때에는 40만원이 더 비싸다. 버스는 기차보다 더 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보상금이 지불되는 것은 웬 까닭에서일까?
억만 금을 준다해서 죽은 사람의 목숨이 살아 날리는 없다. 그리고 최고 4억 원 이상의 미국사람이나 2천만「엥」이 넘는 일본사람에 비겨 1백만 원 밖에 못 받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라고 소중한 인감임에는 조금도 다름이 없다. 애써 자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