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 유엔 대표단 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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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9월 18일에 개막될 제28차 유엔 정례총회는 6·23특별선언 등 한국의 대 유엔 정책이 일대전환을 이룩한 가운데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유달리 주목된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 북한을 비롯한 공산 측의 공세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우리로서 큰 관심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년의 경우 북한의 대 유엔 전략은 남북한동시 무조건초청, 언커크 해체, 주한 유엔군철수 등 세 가지로 요약되었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 6월 23일의 대통령특별선언에서 북한의 동시 유엔 초청과 아울러 유엔 가입을 반대하지 않을 것을 밝혔으므로 북한의 유엔 초청은 어렵지 않게 실현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정부는 언커크 문제에 있어서도 이미 그 존속 여부를 다수 유엔 회원국의 의미에 따를 것이라 표명한바 있으므로 그 귀추에 대해서는 유엔의 동향을 담당하게 지켜 볼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북한이 6·23 특별선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왜곡 선전하고, 유에 초청을 기화로 유엔을 악의적인 선전무대로 삼으려는 책동이다. 유엔 본부가 소재 하는 미국과는 적대관계에 있던 북한이 이제는 WHO(세계보건기구)가입이라는 기득권을 이용, 뉴요크에 상설 업저버 대표단을 설치하게 된 것 등 여건 변동을 이용하여 더욱 치열한 대 유엔에 교란 공세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 측의 이같은 동향은 그들이 대표단은 보내되 동시가입은 반대한다는 당착된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아, 또 작년에 제출됐던 이른바 『한국의 자주평화통일을 촉진하기 위한 바람직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알제리 안을 이번 총회에서도 다시 토의 의제로서 내놓고 있는 것 등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알제리 안은 동시초청, 주한미군의 비유엔 군화와 철수에, 언커크 해체 등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서 북한은 무엇보다도 이를 관철시키기에 우선 광분 할 것이다. 그들은 동시초청을 계기로 하여 유엔의 한국 문제에 대한 종래의 결의안을 비난하는 동시에 북한의 위장된 평화통일론을 선전하여 평화조약·연방제 같은 것을 되풀이 선전하리라는 것도 충분히 예견된다. 어쨌든 북한이 상주 업저버 단을 뉴요크에 설치하게 됨으로써 유엔을 근거지로 한 그들의 대외선전이 한층 치열해질 것만은 분명하다.
세계는 한반도에 대한 정세판단과 대한민국에서 내놓은 6·23 특별선언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여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해 가장 합당한 안이 무엇인가에 관해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6·23특별선언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통일, 그리고 남북대화를 성과 있게 추진하며, 대외적으로는 북한이 유엔의 권위와 권능을 존중하고 평화추구와 국제적 여망에 순응 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또 언커크 문제에 있어 한국정부는 이미 유엔회원국의 다수의견에 따르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해마다 유엔은 언커크가 그동안 펴왔던 활동의 유효성과 존재의의를 거듭 확인하여온 것을 상기한다면 이를 하루아침에 부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다만 그 존재형식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대책만이 고려될 수 있을 뿐이다.
끝으로 주한 유엔군 문제가 금차 총회에서 혈의 대상이 될지 모르나 그것은 일찌기 소·중공 사주 하에 6·25를 도발한 북한의 대남 침략을 응징하기 위해 파견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도 주한 유엔군은 침략세력을 견제하고, 한반도 내지 극동에서의 세력균형 및 국제평화와 안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 문제에 관한 그 어떤 변경이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역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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