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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쏘는 남자 이버츠 "한국농구는 신명이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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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독일 프로농구 1부리그 명문팀 바이엘 레버쿠젠의 클럽 하우스에서 새 외국인 선수를 뽑기 위한 회의가 계속됐다. 득점력이 강한 포워드가 필요했다. 후보가 줄줄이 올라왔고, 마침내 마지막 후보군이 압축됐다. 제너럴 매니저가 스태프 앞에서 보고서를 읽었다.

"라이언 페리맨.에릭 이버츠.토시로 저머니…." 그러자 수석 코치가 "잠깐!"을 외쳤다. "에릭 이버츠, 빌라노바? OK. 에릭을 잡아." 하지만 매니저는 더 들어보라며 다음 부분을 읽었다. "빌라노바대 출신의 이 우수한 포워드는 한국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결국 바이어는 이버츠와의 접촉을 단념했다.

이버츠가 한국 무대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버츠는 왜 그토록 한국 무대에 집착할까? 이버츠는 언젠가 한국 코트의 열기를 사랑한다고 했다. 이버츠는 1997년 원년 시즌을 시작한 한국에 오기 전 프랑스에서 뛰었지만 도무지 신명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99년 결혼한 이버츠의 아내 미셸은 2001년 내한했을 때 남편에 대해 묻자 멋진 코멘트를 남겼다. "에릭에겐 꿈이 있죠. 지금 이 순간 그의 꿈은 한국에서의 성공이고, 그건 곧 팀의 우승입니다. 난 에릭과 에릭의 꿈을 모두 사랑합니다."

이버츠는 원년 시즌 나산 플라망스(현재 코리아텐더) 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지난 시즌 LG 세이커스에서 이적한 이버츠의 활약에 힘입어 코리아텐더는 어언 6년 만에 플레이오프 고지에 복귀했다.

흔해 빠진 '귀화설'은 없었지만 이버츠는 한국 사정에 밝다. 구단이 처한 어려움도. 그렇기에 15일 시작하는 삼성 썬더스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겨야 한다는 각오가 새롭다. 그는 지금도 늘 "한국에서 오래오래 뛰다가 은퇴해서는 고향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되뇐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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