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8억불 벌이」 그 밑천의 허실…냄새나는 강물과 천재 귀신과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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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말이 「푸른 다뉴브강」이지 사실 「다뉴브」 강물은 X물이다. 바로 그 X물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단단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이 「다뉴브」강에 끌려 쏟아져 들어온 관광객 홍수로 작년한해 자그마치 18억불을 벌었단다. 인구라야 몽땅 합쳐 서울시보다 약간 많은 나라에 18억불이 어디냐. 그리고 그게 이를테면 「강물을 판돈」이고 보면 김선달이가 운다.
『「다뉴브」강에 끌려…』라고 했지만, 관광객들이 뭐 꼭 이 강물을 쳐다보러 모여드는 건 물론 아니다. 구주에서 제일 긴 「다뉴브」는 「부다페스트」에도 흐르고 「베오그라드」에도 있고, 이름이 있고 없는 마을들과 들판들도 씻어 내린다.
하필 「오스트리아」의 「다뉴브」라야 맛이냐?의 비밀은 간단하다. 「요한·슈트라우스」의 「프론다뉴브강」이 「빈의 숲」 속으로 메아리 져 엮어 내온 해묵은 신화 때문이다.
「월츠」의 신화뿐만 아니다.
「모차르트」·「베토벤」·「하이든」·「브람스」·「바그너」·「브루크너」·「슈베르트」등 「빈」을 거쳐 떠난 악성들의 혼령들이 관광의 유랑 족을 끌어 모은다.
한여름의 「비에너·보해」,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페스티벌」이 귀신들의 천재가 되살아나는 예술 제전으로 「오스트리아」는 초만원을 이룬다.
「빈」 사람들은 「빈」 시내에 「모차르트」가라는 같은 이름의 거리가 네번, 「슈베르트」가가 네개, 「베토벤」이름이 붙은 길거리는 여섯 개, 「요한·슈트라우스」가 쓴 열 손가락을 써야 한다는게 미상불 이상할게 없다.
그저 「예술은 길다」가 아니라 예술은 자손을 먹여 살린다해도 괜찮겠다.
관광 산업은 「유럽」에서도 최고의 「성장 산업」의 하나다. 소위 「레저 시대」 덕이다. 그러나 시간이나 돈 여유가 생겼대서 사람들이 아무 데나 가는 건 아니다. 뭐가 있어야 찾아도 가고 돈도 뿌린다.
「아테네」의 신전, 「로마」의 「콜로세움」, 「마드리드」의 투우, 「파리」의 「센」, 하다 못해 「함부르크」의 말세유곽하는 식으로 「힐튼·호텔」이 백개가 있대도 그걸 보러 갈 사람은 하나도 없다, 방마다 명기들이 한상 차려놓고 공 대접을 한다면 또 모를까.
물 빛깔이야 뭐건 말건 「푸른 다뉴브」 한번 보고 죽자는 외국 손님들로 「빈」은 오늘도 메워진다. 자 우리한테 와선 뭘 한번보고 죽으라고 해야한다고 했더라. 먼 훗날에라도.【빈=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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