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의 정치 개입 둘러싼 칠레·우루과이 정국 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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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군부의 정치 개입이 전통처럼 되어버린 남미에 유독 군부의 『바람』이 닿지 않아 남미답지 않은 『군부 무풍 지대』를 유지해왔던 「칠레」와 「우루과이」가 최근 『군부』의 영향을 거세게 받아 새로운 정치 상황에 빠져 버렸고 그 향배가 극히 주목되는 정국을 맞이했다.
「우루과이」의 「환·마리아·보르다베리」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우루과이」의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고 정치적인 혼란을 야기시켜 정국을 위기로 몰고 간 것이다.
반면 「마르크스」주의자인 「아옌데」 대통령 통치하에 있는「칠레」는 최근 군부 일각에서 반란을 일으켜 이 중대 문제의 수습을 둘러싸고 「칠레」내각이 3일 총사직, 새로운 내각을 구성토록 「아옌데」 대통령에게 권한을 일임한 것이다.
문제는 내각의 총 사퇴에 따라 군부 인사가 등장하리라는 전망이었는데 이러한 추측을 뒤엎고 「아옌데」 대통령은 4일 군부의 참여를 묵살, 전원 민간 정치인을 기용하겠다고 발표해 앞으로 군부의 압력이 어떻게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71년 좌파 연합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 서방 세계에서는 최초의 민선에 의한 「마르크스」주의자인 「아옌데」와 그의 사회주의 노선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아 왔는데 집권 후에도 계속되는 만성적인 「인플레」와 좌우파간의 치열한 대립, 야당이 지배하는 의회와의 충돌 등으로 박빙을 걸어왔던 것이다.
그런 중에서도 군부가 『중립』을 지켜왔기 때문에 별 탈 없었는데 최근 육군 반란군이 반기를 들고 「아옌데」 대통령에게 도전함으로써 「아옌데」의 사회 정면은 흔들리게 되었다.
「아옌데」는 더 이상 군부의 동요가 확대되기 전에 군부의 협력을 구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오히려 『정치 풍토와 현실을 고려해서 군부가 참여하지 않는 내각을 만들겠다』고 말해 남미의 『군부 개입』이라는 정치 「패턴」을 일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아옌데」의 정치적인 결정은 비상 권한을 의회가 거부한데 대한 보복 조치와 함께 『거부의 개입』 여지를 사전에 막으려는 조치로 보여진다.
한편 「우루과이」의 경우는 사태가 더욱 심각하여 군부의 개입을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국방상의 천명을 둘러싸고 「보르다베리」 대통령과 육·공군이 대립하여 위기를 맞이한 듯 했으나 결국 「보르다베리」 대통령이 군부에 굴복함으로써 군부가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한 것이다.
따라서 친위 「쿠데타」는 군부의 개입을 공식으로 선언한 행사라고 볼 수 있다.
현재「우루과이」의 은행원들을 비롯, 노동자들이 전면적인 파업에 들어갔고 공장과 상점은 모두 폐쇄되어 경제 활동은 완전히 마비된 혼란 상태를 빚고 있는데 정부는 결국 군부와 협의하여 이러한 사태를 해결할 과격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성적인 「인플레」와 『군부의 정치 개입』으로 악순환을 거듭하는 남미에서 그런대로 순탄했던 「칠레」와 「우루과이」가 이와 같은 사태에 휩쓸렸다는 것은 결국 남미의 공통적인 정치 현상이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인데 양국의 사태는 비단 두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파문을 남미자국에 던져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 사태의 중요성이 있다.
오랫동안의 『군정』에 종지부를 찍고 민정으로 복귀한 「아르헨티나」에 미칠 영향도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번 「페론」귀국시 「페론」파와 군·경찰이 벌였던 유혈 충돌은 다시 「아르헨티나」 자국을 우려케 하는 징조로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사태 진전에 따라서는 『군부의 재등장』도 없지 않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번 「칠레」와 「우루과이」의 사태는 결국 만성적인 경제 위기 속을 버티어 나가려는 위정자들의 타개책으로 군부의 힘을 빌어 체제를 강화하려는 「우루과이」와 군부의 영향을 배제하고 난국을 타개하려는 「아옌데」 사회 정권의 방침이 과연 어떤 형태로 작용할지 매우 대조적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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