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선 싸우고 죽여도 산업부흥엔 공동 운명|크메르 양파, 고무생산에 협력…수출 계속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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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크메르는「인도차이나」3국 중에서 평화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로 공인되어 있다.「시아누크」가 아슬아슬한 중립외교를 통해 이 곳의 전화를 막아오다가 70년3월 군부「쿠데타」로 밀려나자 이 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전쟁의 불길 속에 휘말려 지금은 오히려 진원지인 월남보다도 격렬한 전쟁을 겪고 있다.
월남파「라오스」는 그래도 명목상으로나마 교전 쌍방간에 휴전협정이라는걸 서명했지만「론·놀」과「시아누크」측은 대면조차 않고 있다.
그런 속에서 쌍방의 민간인들은 크메르의 고무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벌이고 있음이 최근 밝혀졌다. 쌍방 당국자의 묵인으로 1년 전에 시작된 접촉이 결실을 거둔데는 싸움으로 황폐해 가는 고무농원이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왜냐하면 고무농장은 대부분 공산군 장악지역에 위치해있는데 이를 가공, 수출할 수 있는 시설은「프놈펜」군측에 있기 때문이다.
농장주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프놈펜」부근으로 고무원액을 운반할 수 있는 특권을 받기 위해 공산군측에 세금을 낸다. 이와 같은 특권은「프놈펜」군측에서도 인정, 고무원액을 싣고 오는「트럭」운전사에게 비공식「비자」를 발급해주고 미군기에는 표시가 된 이「트럭」을 공격하지 말도록 요청하고 있다. 공산군 지역에서도 아직 정부화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고무원액의 댓가는 공산지역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 가공 산업의 부흥은「프놈펜」측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외무를 제공해준다. 이리하여 72회계연도 중「크메르」가 해외에 수출한 고무는 1백50만 달러에 달했으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73년 중 고무 가공량은 1만5천t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전쟁 전의 5만t에는 훨씬 미달하지만 72년의 실적보다는 월등하게 많은 것이다. 그 결과 모든 생산활용이 정돈상태에 빠진「프놈펜」에서 유독 고무공장만이 철야작업을 하는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장을 보고「프놈펜」의 관측통들은 외부세력들이 그대로만 내버려두면「크메르」인들은 자기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증거를 여기서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해럴드·트리뷴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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