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수용 보상금 과세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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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법원 제l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토지수용 등에 대한 손실보상금 등이 모두 법인세법상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보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은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이것은 원심인 대구 고등법원의 판결인 『보상금의 성격이 순전한 손실보상에 불과하므로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킨 거래로 인해 생긴 순익금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을 파기한 것으로 법인세법의 해석을 둘러싸고 상당한 물의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은 손해배상이나 손실보상금은 순익으로 보아 앞으로 이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는 판시로 오해될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피고인 대구 세무서가 대구시 소재 반환상사가 받은 1천60만2천원의 수용보상금을 사업소득에 의한 이익금으로 보고 법인세 9백59만1천6백12원을 부과한 것에 대한 원고측의 제소에 동피고의 결정이 합법임을 판시한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하는 추측도 가능케 한 것이다. 만약에 대법원이 그러한 취지로 원고 패소판결을 내리려고 했다면 자판하여 원고청구를 기각하면 되었을 터인데 원심을 파기 환송한 것은 심리미진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법원은 지난 2월13일 동아학숙의 법인세부과처분취소청구 소송에서 『징발보상금은 공법상의 손실보상이고, 공법상의 손실보상은 적법한 공권력의 행사에 의해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가해진 경제상의 특별한 학생에 대한 재산적 보상이므로 징발재산 사용으로 인한 징발보상금은 과세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바 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이 전원 합의부가 아닌 제1부 판결인 점에서 미루어 보아 이에 관한 판례변경은 아닌 것으로 추측된다.
법인세법 제9조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은 그 사업연도에 속하거나 속하게 될 고금의 총액에서 그 사업연도에 속하거나 속하게 될 손금의 총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익금과 손금의 의의에 대하여는 제9조에서 제21조까지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입법의 불비로 토지수용이나 손해배상의 경우 익금이나 손금으로 처매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규정이 없다. 따라서 대구 고법과 같은 판결도 나올 수 있고 대법원과 같은 판결도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법인세법 제9조 2항은 익금이란 『자본 또는 출자의 납인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을 제외하고 그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기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수익의 금액을 말한다』고 하고 있다. 이를 해석함에 있어 고등법원은 토지수익 보상금을 수익이라 보지 않았고 대법원은 이를 수익이라고 본 데 근본적인 차가 있다.
대법원이 토지수용 보상금을 익금으로 본 경우에는 토지수용으로 인한 고정자산의 감소는 당연히 손금으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법인세법 제14조의 3을 보면 보험차익으로 취득한 고정자산은 손금으로 산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유추해석하는 경우 토지수용으로 인한 고정자산의 감소는 당연히 손금으로 계산되어야 할 것이다. 또 법인세법시행령 제12조는 이를 손비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수용된 토지대금은 토지수용위원회의 보상결정액인 2천1백20만4천원보다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1천60만2천원밖에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익금과 손금과의 차액인 순손금은 1천만원을 상회할 것이 예상된다.
이렇게 해석하면 상해법인은 법인세를 전적으로 물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법인세법은 손금의 총액이 그 사업연도에 속하거나 속하게 될 익금의 총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이를 결손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구 고등법원이 익금과 손금의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 귀추를 주시하고 있으며 국회나 정부는 법인세법이나 동 시행령을 개정하여 국세부과에 혼선이 생기지 않게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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